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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미늘

(엽서수필 3) 미늘 93. 중등교사 지리자격증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93. 중등교사 지리자격증

이영백

 

 초등학교 교사직을 떠났어도 늘 남을 가르친다는 것을 버리지 못하고 사범대학에 편입하여 주근야독 하였다. 지나고 보니 그 사범대학의 공부를 왜 하고 있었을까? 나의 생애에 “교육(敎育)”이라는 것은 공부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중등교사자격증 취득하면 중등교사로 나간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생각만 하고 공부한 것이다.

 중등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초등학교 교사직을 미련 없이 그만 두었다. 오로지 초급대학 졸업자로 살아가는 것보다 학부를 편입하여야 한다는 그런 절실한 심정뿐이었기 때문이다.

 사범대학 야간 지리교육과에 3학년으로 입학하였다. 정원 25명에 1학년부터 입학학생으로는 여학생 1명뿐이고, 2학년에 편입한 학생이 12명이 있었다. 3학년으로 편입한 학생이 12명이나 되었다. 1981년 이후부터는 학부편입제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야간에 수업 받는 일이 굉장히 어려웠다. 근무처에서 시내버스 두 코스 지나 내렸다. 대명시장으로 들어가서 저녁을 급히 먹고 강의 들으러간다. 배가 고파 저녁 먹고 강의를 들으면 잠이 쏟아져서 나중에는 아예 굶고 강의 들었다. 종일 행정을 고민하다가 피곤한 시간이 몰아오면 저절로 잠든다. 필기한 공책을 들여다보면 글씨는 분명 썼는데 겹친 글씨라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오직 정신력으로만 공부한다는 것이다.

 강의 듣는 학생은 여학생 한 명과 퇴직한 나를 빼면 23명이 모두 현직 교사들이다. 거리도 멀거니와 행사가 있으면 수업에 제대로 출석이 어려웠다. 여학생과 나를 포함하여 대구시내에 근무하는 학생들로 수업하였다.

 지리는 지구상에 일어나는 지표로부터 모든 현상을 공부하여야 한다. 인문지리, 정치지리, 관광지리, 경제지리, 토양학, 기후학, 지리학사, 지형학, 항공사진판독 등 다양하였다. 또 교육학을 모두 이수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특수교육과 지리교육전공이라서 특수교육학 등 원서강독까지 하니 학부 이수하기가 힘이 들었다.

 지리과목을 좋아하였기에 중도포기 하지 않고 졸업하여 “대한민국 중등 사회(지리) 2급 정교사”자격을 취득하였다.

(20210731.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