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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미늘

(엽서수필 3) 미늘 90. 토함산에 오르다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90. 토함산에 오르다

이영백

 

 타향에 살면서도 늘 머릿속에는 온통 고향의 산, 토함산에 오르는 것을 꿈꾼다. 그것도 못 배워 슬프고, 배고파 울고플 때 마음의 양식으로 채움 하던 우뚝 솟은 고향의 산, 토함산을 늘 그리워하였다. 언제나 두 팔 벌려 나를 보듬어 안 듯 반겨 주던 고향의 산, 토함산이 좋다.

 오르는 길을 눈감고 돌부리 하나라도 모두 알 수 있듯 훤하다. 어렸을 때 늘 오르던 길은 산길로 오름길인 흙길, 오늘도 그 육로로 오른다. 석굴암 지름길, 동해가 보이는 길이기도 하다. 길가에 유치환 시비(석굴암 대불)가 나를 맞는다. “목 놓아 터뜨리고 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 개 돌로 눈감고 있노니.”라고 한, 참 묵직한 시어(詩語)다.

 따듬따듬 걸어 오르는 비스듬한 길에 “오동수”에 작은 등산가방 속의 물이 무겁다고 비우고 가자한다. 지고 가나, 뱃속에 채워가나 그 짐(?)의 무게는 같은가? 터덜터덜 거닐어 오르는데 예쁜 토종 다람쥐가 숨겨 둔 먹이 찾으랴, 사람눈치 보랴 무척 바쁜 놈이다. 언제 벌써 저만치 도망쳐 날 버리고 가버렸다. 나도 가쁜 숨 몰아쉬며 뒤따라가다 그만 놓쳐버렸다.

 신라 오악은 동악(토함산), 서악(선도산), 남악(금오산), 북악(소금강산), 중악(단석산)이다. 통일되고는 동악(토함산), 서악(계룡산), 남악(지리산), 북악(태백산), 중악(팔공산)이 되었다. 이름 찾다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신라 4대 석탈해왕 사당 터가 보인다. 동으로 기림사 함월산, 감은사지, 이견대, 봉길리 대왕암, 더 멀리 동해 감포항도 보인다.

 토함산은 석탈해왕 사당 짓고, 산 이름조차 다른 이름인 토해왕에서 토해(吐解)산이라 하였다가 마침내 토함산이 되었다. 바다의 안개를 들이마시고 토해 내는 모습을 보고 산 이름을 얻었다하기도 한다.

 토함산을 관련하여 송창식이 부른 “토함산에 올라”가 있고, 정상에 최재호의 “토함산”이란 시가 새겨져 있다. 서쪽으로 고개 돌리니 고향마을 쪽으로 마석산이 있고, 금오산, 선도산 따라가면 시내가 보인다. 황룡사지, 반월성, 보문호수가 기다린다. 늘 자글자글한 옛 전설이 모여 있다.

 신라 천 년 도읍지로 신화, 전설, 설화, 야화가 천 년을 얘기해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고향 토함산이 늘 든든한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내려왔다.

(20210725.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