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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미늘

(엽서수필 3) 미늘 제1부 앉음의 변명 1. 성(誠) 앞에서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제1부 앉음의 변명

1. 성(誠) 앞에서

이영백

 

 나는 앉는다. 일상 앉아서 컴퓨터 모니터로 확인하고 머릿속에서 정리된 일들을 자판기에 두들긴다. 글쓰기가 지루할 때면 간혹 한 번씩 앞의 벽 위를 쳐다본다. 그곳에는 액자 속에 가훈(家訓)인 외로운 한 글자가 씌어 있다. 바로 “정성 성(誠)”자다. 성 글자는 긴말이 필요 없고 “모든 일에 정성을 다 하라”는 나의 자식들에게 주는 가훈이다.

 부모님 앞에 세운 비문에는 할아버지가 주신 “뒷날에 나타날 일을 미리 알아서 비밀로 적어 놓은 글인 부서(付書)”가 있다. 이들 忠ㆍ孝ㆍ誠 석 자 중에 시대에 맞추려고 충과 효는 숨기고, “정성 성(誠)”자만 두고두고 생각하며 사용하라고 외자 가훈을 남긴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 정한 가훈을 공부하며 들여다보니 『논어(論語)』 「안연(顔淵)」에“사물잠(四勿箴)”이 있다. 이 성을 다하는 방법이 나와 있는데 네 가지였다. 시잠(視箴)ㆍ청잠(聽箴)ㆍ언잠(言箴)ㆍ동잠(動箴)이라 하였다. 이를 모두 풀이하는 것은 복잡하기에 여기서는 간략하게 본다. 먼저 보는 것이 법칙이요, 들은 게 예다. 말이 번거롭고 조급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이제 몸에서 움직인다. 이것이 사물잠이고 성에 이른 것이다.

 성(誠)은 곧 시(視)ㆍ청(聽)ㆍ언(言)ㆍ동(動)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말하기는 누구나 참 쉬울 것이다. 세상 살면서 무슨 일을 맡았거나 행할 때 한 마디로 정성을 다하면 얻을 것이 많을 것이다. 그 속의 깊은 시청언동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고 나만이 생각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선조로부터 뒷날에 나타날 일을 미리 알아서 비밀로 적어 놓은 글을 받으면 그것을 지켜내려고 한다. 이를 최선으로 다하는 인간의 모습이야 말로 다음세대를 이어주려는 은근과 끈기일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글자의 가훈으로 후손들의 걱정을 들어 줄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은 가훈이 어디 있으랴. 그렇게 가훈은 외자 글자인 성(誠)으로 정한 것이다.

 나 스스로도 지켜내려고 무던 애를 썼다. 비조-시조-파조-입향조-고조-증조-조부-부-나로 이어 내려오는 맥을 아직도 진행형으로 운용하고 있다. 나도 둘 아들이 있어서 이 외자 글자 가훈을 손주들까지 지켜나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아니한다. 오로지 인생을 살면서 정성을 다하여 살라.

(20210220.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