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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미늘

(엽서수필 3) 0.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의 시작에 부쳐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0. 일흔셋 삶의 변명『미늘』의 시작에 부쳐

이영백

 

 세상에 하고 많은 일 중에 고된 글쓰기를 한다. 의자에 앉는다. 누구는 의자에 앉으면 졸음이 온다하고, 나처럼 자다가도 의자에 앉으면 잠이 달아난다. 그리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자판기를 두들긴다. 무슨 일에 빠지는 동안 언뜻 머리 스치는 어휘가 있으면 곧잘 컴퓨터가 있는 책상 앞에 앉아서 메모를 한다. 낚시 끝의 안쪽에 있는 거스러미처럼 되어 고기가 물면 빠지지 않게 만든 작은 갈고리 미늘에 걸리고 말았다. 사람 사는 것이 결국 저마다 미늘에 걸리어 파닥인다.

 의자는 무엇인가? 누군가를 앉혀야 자기 본성을 다한다 할 것이다. 어떤 자리, 그 자리를 메꾸는 그 일로인해 뭔가 끄적거린다. 미늘로 글을 쓴다. 저절로 그런 마음을 잘 알았기에 의자만 보면 앉는다. 앉으면 글을 쓴다.

 “서다”의 반대는 “앉다”이다. 걸을 때만 서서 간다. 그러나 앉으면 좋다. 우스갯소리를 한 번 들여다보자. 넷째 형이 1967년에 부산으로 가 R-TV학원에 다니면서 학자금이 부족하여 택시조수를 하였다. 요즘은 택시에 조수가 없지만 그 시대에는 고장이 하도 잘 나기에 택시정비 겸 조수를 데리고 다녔다. 뿐만 아니고 기사는 운전만 하고 손님 모으기는 조수가 하였다. “서면 가요! 서면 가요!” 통금시간에 쫓기어 호객을 하면 술 취한 아저씨 왈 “얘야! 앉으면 안 가나?”라고 하였다.

 맞습니다. 서 있으면 글을 쓰지 못하고, 앉으면 글이 보인다. 그러기에 앉아서 글을 쓴다. 어찌 보면 글쓰기는 숙명적으로 작은 미끼물고 미늘에 걸린 것이다.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멈추는 그날까지도 글을 보듬어 의자에 앉으면 글을 쓸 것이다. 확실히 나는 세상의 미늘에 걸린 것이다.

 본성을 진솔하게 털어 내어 놓을 수 있는 곳이 책상 앞이다. 나의 진솔한 것을 글로 남겨 놓을 수 있는 곳이 의자에 앉으면 되는 것이다. 의자에 앉으면 저절로 글로 이어지는 미늘에 걸린 생각이 정리되고 글로 변환될 것이다. 이모작 인생에 꾸준히 나의 작업을 거르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서면 안 보인다. 글을 쓸 수 없다. 글 쓰려면 서 있지 말고 의자에 앉아야 할 것이다. 나의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정리될 뿐이다.

 낚시 바늘에 거꾸로 돋은 작은 돌기(突起)인 미늘에 걸려 글을 쓴다.

(20210218.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