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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 2) 111. 73년 통째보다

 

40년 만에 시 오른 을뒷산 계룡산

111. 73년 통째보다

이영백

 

 엽서수필로 글을 쓰면서 돌아보는 기회를 얻었다. 많지 않은 햇수를 살아왔다. 인생은 파노라마처럼 알록달록 하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스스로 반성할 좋은 기회다. 지나가고 있던 73년 세월을 맛보았고 그 인생은 쓰다.

 흔히 삶의 뒤통수를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뒤통수를 겁도 없이 내어보였다. 참 아담하고 잘(?) 생겼다. 마음대로 툭 불거진 것이 아니라 변형 타원형으로 아담하게 생겼다고 보인다. 거울로 통해 확인해 봐도 역시 그렇게 느껴졌다. 나 스스로 삶의 뒤통수를 내어보였다.

 요즘 인간 일백세 시대를 맞이하였다. 유명 인사들은 건강까지 좋아서 일백세를 넘기신 분들이 좋은 글도 남겨 주셨다. 1세기다. 앞선 시대에서는 상상도 못하였던 나이다. 어려움 없이 건강하게 운동하고, 건전하게 살아오신 유명 인사들의 좋은 말씀에 귀기울여보면 대단하신 삶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없던 비행기가 출현하여 상용화되었다. 유선전화가 개인이 소지하여 손 안에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곳에 살고 있다.

 일백 년의 반을 훨씬 넘어 7부 능선 셋에 올랐다. 1949년 5월 9일(월) 오후 세 시 반부터 현재까지 달려왔다. 약 1년 후 6ㆍ25전쟁이 발발하였다. 나는 전쟁을 모른다. 나중에 전쟁 후유증은 어렴풋 기억이 난다. 쓰리 쿼트에 미군들이 드러눕다시피 타고 다녔다. 껌 한 통이나 씨-레이션을 던져 주면서 어린 우리들이 흙 마당에 뒹구는 것을 보고 깔깔 웃었다. 누가 영어를 가르쳐 주었는지 “헤이 가이! 기브 미 시가렛!”73년 세월 중에 이것을 알고 있는 내가 서럽다. 차라리 배고픈 것은 참아도 정신을 괴롭히면 죽고 싶었다. 소년, 청년, 성인, 인생 2모작으로 살아왔다.

 나를 뒤돌아보는 73년 자화상이 거울에 비춰지면 흑백사진처럼 돌아가는 장면은 가히 서글픈 일들뿐이다. 고1때 동네전기 넣는다고 따라갔다가 시커먼 짜장면 처음 얻어먹었다. 대학 RNTC 1년차 훈련 입교전날 초교 후배 만나 볶음밥을 대구 내당동 중국집에서 처음 사 먹었다.

 뒤돌아보면 부끄러운 흑백사진만 나온다. 인생2모작에서 수필쓰기 재능기부로 지도할 수 있는 것은 나만의 행복일 것이다. 그것이 즐거우니까.

 뒤돌아보면 스스로 그렇게 살아온 것이 부끄럽고, 지극히 책망 서럽다.

(20210206.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