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산문 |
1626.찬합饌盒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최초 점심으로 싸간 도시락 모양이 해괴하였다.
사연인즉, 셋째 형과 큰 머슴의 도시락 싸고,
넷째 형과 중머슴도 도시락을 싸고,
나는 학교 가던 날 도시락 통이 없어서 보자기로 밥 싸주기에
들고 가면 되는가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들고 학교를 갔다.
네 시간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돌아 왔다.
모두가 도시락을 끄집어내는데 나는 특별히 보자기를 풀었다.
엄마가 싸준 것은 커다란 속대로 엮은 초백이었다.
다음부터는 오후수업이 들어도 도시락을 지참하지 않았다.
교사가 되고 총각으로 첫 봄 소풍을 갔다.
시골이라서 도시락도 들어오지 않고 하숙집에서 도시락 싸 주었다.
막상 소풍을 가서보니 사모님이 계신 선생님은 도시락 통이 컸다.
도시락이 아니고 여러 층으로 된 찬합饌盒*이었다.
그것도 마른반찬이 든 마른찬합, 물기 있는 반찬은 진찬합이었다.
찬합을 싸들고 오신 선생님이 부러웠다.
나도 결혼하면 부인이 찬합에 밥 싸 줄 것을 기대하였다.
발령 1년이 지나고 결혼하였다.
나에게도 부인이 생기었다.
시골에서는 밥을 못 싸오는 학생이 절반이나 되었다.
부인에게 부탁하여 새벽부터 김밥 서른 줄을 만들었다.
나도 그렇게 열망하였던 찬합에 밥과 반찬을 담았다.
(청림/20100. 20170715.)
*찬합饌盒 : ①반찬 ․ 술안주 등을 담는 그릇. 사기나 널조각으로 둥글거나 네모나게 여러 층으로 만듦. ②여러 층으로 된 합에 담은 반찬과 술안주. 마른찬합과 진찬합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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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숲힐.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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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현) 영남이공대학교 50년사 편찬위원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수필과지성문학회 부회장
●제6회 한비신인 대상 수상(2012년 12월)
●LH ․ 여성동아 공동 에세이 공모전 동상 수상(2013년 1월)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매일신문사 제2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특선 수상(2016년 7월)
●제10회 한비 작가상 수상(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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