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
322. 과약기언果若其言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일찍 아버지 공부하지 말라든 것을
내가 어겼음이라.
차라리 동네 서당에서
한문漢文이나 배워서
사성四姓 쓸 줄 알고,
축문祝文 쓸 줄 알고,
이름 자字 지을 줄 아는 정도면 충분한 지식을
쓸데없이 기름 불 밝혀 가면서
콧구멍에 검댕 묻혀 가면서
생머리 아픈
국어, 영어, 독어, 수학, 과학, 체육, 음악, 미술, 기술 과목들을
왜 배우려고 그렇게 기를 섰단가?
일찍 아버지 공부하지 말라든 것을
내가 어겼음이라.
차라리 동네 서당에서
한문漢文이나 배워서
남 권모술수하지 말고,
형제간에 음해하지 말고,
이웃끼리 약은 수 쓰지 말고,
내 논바닥에 거름 내고, 내 밭고랑에 씨 뿌리고
내 논밭을 매고 곡식 가꾸어 먹고 살면 될 터인데,
너는 어찌 그리 아비 말을 듣지 아니 하였는고?
박사博士면 무엇하고, 대문장가大文章家가 되면 무엇 할래?
평생 글 한 줄 남기면 그만인 지식을
무에 그리 욕심 부리고 살려고 과약기언果若其言*을 어겼는고?
(푸른 숲/20100. 20131129.)
*과약기언果若其言 : 미리 말했든 것과 사실이 과연 들어맞음.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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