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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의 신라 천년의 전설

[스크랩] 신라천년의 전설(36)천관사지

ʊ이야기와 도시(n) - 新羅千年의 傳說

 

36. 천관사지(天官寺址)

푸른 숲

cheonglim03@hanmail.net

 

 천관사(天官寺) 터는 경주에서 남으로 약 3km 나가면 남천(南川), 즉 문천교(蚊川橋)가 나오는데, 이 남천을 건너서 동으로 보이는 마을 교동(校洞) 2동에 있다. 오늘의 동북간, 지금은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고, 절 터 만이 잡초 속에 묻혀 있다.

 그러나 허물어진 천관사(天官寺)에는 전설(傳說)이 남아 있다.

 김 유신(金庾信)이 왕손(王孫)이라고 불리던 젊었을 때의 이야기다. 천관(天官)이라는 아름다운 기생(妓生)과 깊은 인연을 맺고 사랑에 취하여 말에 몸을 싣고 천관의 집에 분주히 나타났다. 오늘도 해가 저물도록 천관의 집에서 놀다가 밤이 깊어서야 집에 돌아 왔다.

유신의 모친은 일찍 남편(김서현 金 舒玄, 金海金氏)을 여의고 쓸쓸하게 외로운 살림이나마 유신이 날로 자라는 것을 오직 하나의 즐거움으로 살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동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는 좋지 못한 소문이 유신의 모친에게 들려오고 보니 분하고 원통함을 참지 못하여 평소에 말이 없는 어머니도 아들 유신을 불러 세우고 말씀하시기를,

“이 늙은 어미의 말이 너에게 어찌 들릴지 모르겠다만 요사이 네 행동과 소문은 내 가슴을 여미는 것 같다. 너 하나만 믿고 오늘날까지 살아 온 이 어미는 무엇을 믿고 살아야 된단 말이냐? 나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인재(人材)를 요구하는 데 젊은 남아로서 임금님을 받들어 학문과 무예를 닦아 훌륭한 충신이 됨이 떳떳하거늘 주색(酒色)으로 세월을 보내니 어찌 개탄할 노릇이 아니냐? 왕손아! 이 늙은 어미 죄가 많은 년이다. 아들 하나를 번번이 가르치지 못하였으니 살아서 무엇 하며, 죽어도 네 아버지와 조상께 대할 면목이 없다. 죽어서도 갈 곳 없는 가련한 귀신이 되겠구나!”

 하면서 어머니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술에 취한 유신은 이 말을 듣자 찬물을 맞은 듯 눈이 번쩍 뜨여졌다. 걷잡을 수 없이 뉘우치는 뜨거운 눈물이 주루 룩 쏟아졌다.

“어머니! 모든 그릇됨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후로는 결코 어머니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겠습니다. 맹세코 마음을 바로 잡아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이번만 용서하여 주십시오!”

 하고 굳은 결심을 한 후 유신은 날마다 오릉(五陵)들에 말을 달리며 삼군(三軍)을 지휘할 용맹을 닦기에 힘썼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유신은 친구의 집에서 술에 취하여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깜빡 잠이 들었다. 그 사이에 말은 늘 가던 길이라 으레 가는 줄 알고 천관의 집까지 왔다. 더 높은 말 울음소리에 벌써 집에 왔나하며 눈을 떠 보았더니 어찌된 일인가? 천관의 집 앞이었다. 하늘 높이 우는 말 울음소리를 듣고 천관은 그리운 애인이 왔음을 짐작하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대문을 열었다.

 목 메인 소리로 천관은,

“어쩌면 그렇게도 무정(無情)하십니까?”

 이 소리를 들은 유신은 무엇을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어머니의 모습이 번개같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번쩍 눈을 뜨고 말머리를 돌이키려 했으나 말은 뻗대고 서서 어서 내리라는 듯 발굽만을 울리었다. 유신은 급히 말에서 내리는 길로,

“어머니께서 드린 맹세를 깨뜨리게 된 건 너 때문이다.”

하고 허리에 찬칼을 빼어 말머리를 내리쳤다. 말머리는 여지없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유신은 말없이 발을 돌려 집으로 가 버렸다.

 천관은 놀라 까무러쳤다가 얼마 후에 정신을 차려본즉 그립던 애인은 보이지 않고 말만 쓰러져 피비린내가 사방에 풍기고 있었다.

 천관은 엎드려 한 없이 울고 자탄(自歎)하였다. 수일을 지나 천관은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산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유신의 결심한 바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중이 된 천관은 그래도 유신을 못 잊어 유신의 출세를 빌다가 죽고 말았다.

 뒷날에 이 일을 안 유신은 천관의 옛집에 절을 세워 천관의 이름을 따서 천관사(天官寺)하 하고, 천관의 명복(冥福)을 빌어 주었다고 한다.

 이 천관사는 지금 논이 되어서 아무도 찾아 주는 사람이 없고 절터만이 잡초 속에 남았으며, 탑 돌들은 흩어져서 교동 2동인 천원동(泉源洞) 공동 우물가에 있었으나 근년에 와서 그것마저 다른 곳으로 운반되고 말았다.

 

 

참고 자료

○ 천관녀 : 천관사지 신녀이자 대사제.

당대의 영웅 김유신과 사랑하였다. 도당산. 당산이란 말이고, 하늘에 제를 지내는 곳으로 천관사가 본래 천신께 제를 지내는 공간이라는 말이다. 현재 동네이름은 천원마을이다. 󰃁

(푸른 숲. 2012.12.24.)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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