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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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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24. 불도저와 넷째 형 엽서수필 5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24. 불도저와 넷째 형 이영백 시래천 추억이다. 다섯 살 많은 넷째 형과 시래천 추억이다. 그 시대에 불도저(Bulldozer)라는 것은 괴력의 힘을 가진 괴물로 처음 보았다. 불도저가 마을 앞에서 굉음내고, 흙 퍼다 제방을 만들고 있다. 그 굉음 소리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와 구경하고 있다. 넷째 형은 가장 먼저 나와 있다. 아버지가 소 풀 베러 가라고 하였는데 그 일은 하기 싫어 점심도 굶은 채로 언덕에 엎드려서 불도저 운전하는 아저씨를 관찰하고 있다. 그렇게 오전 내내 굉음 내던 소리가 멈추고, 아저씨가 점심 먹으려고 자리를 떴다. 빈 불도저는 제 할일을 쉬고, 캐트필러(Caterpillar)로 꽉 잡고서 경사의 내리려는 힘을 이기려고 땅에 딱 붙어..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23. 방죽 밑에서 엽서수필 5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23. 방죽 밑에서 이영백 어린 날 추우면 집으로 들어갈 생각은 않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면서 추위를 스스로 체험하려고 떨고 있다. 그것도 방죽 밑에서 흙더미 파고 강바닥의 납작한 돌을 주어다 모았다. 방처럼 구들 놓고, 아궁이도 만들어 불 지피고 달아오르는 구들 돌바닥 위에 따뜻함을 느끼고자 하였다. 몇 살 많은 동네 형들이 시키면 어린 우리들은 무슨 일이든 모두 하였다. 그래야만 형들 따라다니며 같이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하고 놀았든가? 형들 따라 같이 그렇게 놀려고 하였던가? 시래천변 방죽에는 보드라운 모래가 많다. 그 모래 바닥에 놀면 되는데 몇 살 많은 형들이 기어이 일을 만든다. 거랑바닥에 가서 납작한 돌을 주워 오..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22. 방죽의 철사 엽서수필 5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22. 방죽의 철사 이영백 아버지는 농사지으면서 목수 일을 하였다. 그래서 반 농부요, 반 목수이다. 현대의 목수가 아니고, 초가를 짓는 그런 목수이다. 목수하면 저절로 무엇이라도 만들 기회가 생긴다. 오래 사용하던 도마, 칼자루, 낫자루 등도 마을에서 우리 집으로 찾아와 수리하여 간다. 사라호 태풍이 오기 전 시래천 방죽에 홍수를 방지하려고 흙으로만 막지 않고 쇠 그물로 만든 철망 속에 자갈을 집어넣어 제방으로 만든 것이다. 제방 만든 지 오래 이고 보면 철망의 철사가 녹 쓸고. 삭아서 떨어지고 어린 우리가 노는데 위험이 노출되어 있다. 돌 철망의 철사는 상당히 굵은 철사도 있다. 간혹 집에 못을 사용하여야 할 때 없으면 방죽의 철사를 망치로 두드려 끊어..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제3부 강의 추억 1 21. 방죽 쓰레기더미에 엽서수필 5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제3부 강의 추억 1 21. 방죽 쓰레기더미에 이영백 어린 날 시래천이 형산강 상류인 줄도 새카맣게 모르고 살았다. 그냥 방죽은 마을에서 쓰레기 갖다버리는 곳인 줄만 알았다. 특히 열무ㆍ배추 씨 수확하고 그 쭉정이ㆍ티끌ㆍ검부러기 등의 불순물을 방죽에다 갖다 버렸다. 그때만하여도 쓰레기를 그렇게 버렸다. 그런 행위를 하고도 괜찮다고 살았다. 시래천 방죽에도 봄이 쏟아져 내렸다. 누가 그랬느냐고 밝히려는 듯 열무ㆍ배추 쭉정이 등 버린 것을 기억시키려고 꽃이 피었다. 비록 쭉정이이었지만 무더기로 버린 더미 속에서 싹 틔어 장다리꽃을 피운 것이다. 방죽에서 살아난 배추는 짙은 노란색이요, 열무는 연한 보라색으로 물들여 봄빛의 장관을 이룬다. 이른 봄 흰나비ㆍ노랑나..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20. 산 달집태우기 엽서수필 5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20. 산 달집태우기 이영백 정월 대보름날은 평소에 안 보이던 풍정이 보인다. 총각들이 대보름날 달뜨는 것을 가장 먼저 보고 소리 지르면 그 총각이 그 해에 장가갈 수 있다고 하는 일이 사회에 만연하던 때이다. 음력 매월 15일이 되면 보름날이다. 그러나 정월 대보름날은 일 년 중에 한 번 뿐이다, 그해 상원 상달이고, 정월 보름날에만 대보름달이 뜬다. 농사짓던 시절에는 대보름달이 그만큼 중요하다. 슈퍼 문이 뜬다든가, 유난히 붉다든가 하면 여러 가지 별난 일들이 일어날 것처럼 입을 모은다. 농경사회에서는 무슨 일이나 농사짓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어린 우리들은 대보름날에 무슨 큰 일 낼 것처럼 통조림 깡통을 구해다가 밑바탕을 뒤집어 송곳 놓고 망치로 구멍..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19. 백사장을 그리며 엽서수필 5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19. 백사장을 그리며 이영백 강의 부산물은 모래다.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에 따라 강바닥과 강가에 모래가 쌓인다. 산골짜기에 홍수나면 큰 바윗돌이 떨어져 물에 휩싸인다. 바위는 다른 바위에 부딪혀 자연히 깨어진다. 작은 돌멩이가 또 서로 부딪히고 물에 떠내려 와서 마침내 모래가 된다. 어린 날 강으로 나가 흔하디흔한 모래알 위에 발 디디면 사그라운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사~그~락 사~그~락 거리는 작은 모래알 밟는 소리는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어린 날 그 소리에 심취하여 자고 일어나면 강으로 달려가는 그 유혹이 아마도 그런 소리 때문인가? 햇볕이 강물 위에 머물면 강물에 작은 바람이 일어도 간지럽다고 돌돌 소리를 만든다. 강물 흐르는 모양에서 소리..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18. 강을 건넌 형님들 - 청천, 청수, 청곡 엽서수필 5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18. 강을 건넌 형님들-靑天, 靑洙, 靑谷 이영백 사람은 죽어 북망산으로 간다. 북망산 가려면 강을 건넌다. 그 강은 죽음으로 건너는 강이다. 자연의 실체로는 그냥 강이지만 죽는 마당에 꿈꾸는 것은 북망산 가는 강이다. 강은 초월한 시간을 가른다. 이편과 저편으로 강은 나누어진다. 강이 있기에 이쪽, 저쪽이 생긴 것이다. 이쪽 사람들은 저쪽으로 강을 건너지만, 저쪽 사람들은 이쪽으로 강을 바라본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나이가 적은 사람도 먼저 갈 수 있고, 나이가 많아도 오래 장수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은 살아 있는 자에게 슬픔이요, 죽은 자에게는 영원히 편안한 유택을 찾아가는 것이다. 형이 넷인데 가장 먼저 돌아가신 분은 셋째형이다. 1950년 6월..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17. 홍수라도 막을 듯 - 송명비 엽서수필 5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17. 홍수라도 막을 듯 - 송명비 이영백 홍수도 막을 듯한 기세를 가진 차성이씨 39세 송명거사 수상(壽祥)공의 비문을 여기 옮긴다. 만물은 가만히 있고자 하여도 제 위치를 지키지 못하며 변하지 않고자 하여도 변하며 없애 버리려 하여도 지워지지 않음이라. 여기 공의 행적이 인구에 회자될 것이 없으나 감히 남기고자 함은 심중에 지울 수 없었던 사실이었으므로 삼가 제술비갈 한다. 공의 휘는 수상이오, 자는 성봉(成浲)이며 호는 송명이다. 성은 이씨요, 본관 차성이며 차성군 이위를 시조로 한다. 선대는 여근조에 걸쳐 문무관직에 두루 등용 봉공하였다. 공의 중조 수 절충장군 행 용양위부호군 선기(善基)는 호군공파조로 7대조이다. 증직통정대부 계백은 6대조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