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산문 |
1029. 사시死時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사람은 자기가 죽을 때, 사시死時*를 알았다.
나의 어머니 당신이 돌아가실 사시를 알고 계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꼭 3년 뒤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려고,
구정舊正엔 나를 기다렸건만 구정에도 공부시키느라 오지 못했다.
음력 섣달 그믐날을 택하여 종형 댁과 형님 집집마다 찾아가서
주머니에 모아 둔 꼬깃꼬깃한 돈을 조카․질녀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부모 말 잘 들으며 살라고 일러 주기도 하였단다.
1976년 음력설날에도 난 초교교사로서 수업을 하였다.
토요일인 정월 초사흗날에야 겨우 세배 드리려고 큰집 큰방을 찾았다.
사랑채에 계신 어머니 평생에 꾸중이나 큰소리 한번 안치셨는데,
그날은 벼락같은 소리로 나를 사랑채로 불렀다.
신발도 못 신은 채 날아가듯 사랑채에 들어가서
당신은 돌아가실 시간이 급했던 것이다.
세배 드리고 나의 고개를 쳐드니,
이웃집 할머니 놀러 와계셨고,
어머니는 장죽長竹에 담배 한 대 불붙여 피우시면서,
나는 이제 네 아버지한테 갈란 다!
말씀 하시고, 물고 있던 장죽을 투~다~닥 놓아버린 것이 끝이었다.
당신은 죽음의 행복인죽을 때를 알고 계셨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 세상에 제일 행복한 것이
아프지 않고 잠자듯 돌아가시는 사시를 최고의 행복이라 하였다.
(청림/20100. 20151116)
*사시死時 : ①죽을 때.②죽어야 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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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어머니(=경주최씨 두봉, 松磎堂부인,1906丙午-1976 丙辰) 아버지 회갑일 촬영(5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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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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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제18기 수료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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