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청림/20100산문시-ㅅ)1029.사시死時

 

청림산문

1029. 사시死時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사람은 자기가 죽을 때, 사시死時*를 알았다.

나의 어머니 당신이 돌아가실 사시를 알고 계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꼭 3년 뒤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려고,

구정舊正엔 나를 기다렸건만 구정에도 공부시키느라 오지 못했다.


음력 섣달 그믐날을 택하여 종형 댁과 형님 집집마다 찾아가서

주머니에 모아 둔 꼬깃꼬깃한 돈을 조카․질녀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부모 말 잘 들으며 살라고 일러 주기도 하였단다.


1976년 음력설날에도 난 초교교사로서 수업을 하였다.

토요일인 정월 초사흗날에야 겨우 세배 드리려고 큰집 큰방을 찾았다.

사랑채에 계신 어머니 평생에 꾸중이나 큰소리 한번 안치셨는데,

그날은 벼락같은 소리로 나를 사랑채로 불렀다.


신발도 못 신은 채 날아가듯 사랑채에 들어가서

당신은 돌아가실 시간이 급했던 것이다.

세배 드리고 나의 고개를 쳐드니,

이웃집 할머니 놀러 와계셨고,

어머니는 장죽長竹에 담배 한 대 불붙여 피우시면서,

󰡒나는 이제 네 아버지한테 갈란 다!󰡓

말씀 하시고, 물고 있던 장죽을 투~다~닥 놓아버린 것이 끝이었다.


당신은 죽음의 행복인󰡐죽을 때󰡑를 알고 계셨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 세상에 제일 행복한 것이

아프지 않고 잠자듯 돌아가시는 사시를 최고의 행복이라 하였다.

(청림/20100. 20151116)

*사시死時 : ①죽을 때.②죽어야 할 시기.

----------------

(퍼 온 사진)

*어머니(=경주최씨 두봉, 松磎堂부인,1906丙午-1976 丙辰) 아버지 회갑일 촬영(53세)

----------------

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제18기 수료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출처 : 청림/20100/수필가 이영백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