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지아카데미과제 8. 遺産(4/23) |
열여덟 권 수필집
이영백
곧잘 내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줄글 쓰는 것뿐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너무나 무지렁이로 자라서 그런가보다. 가정 사정으로 공부도, 직업선택도 늦깎이로 출발한 것이다. 대학편입도 만학으로 주근야독(晝勤夜讀)한 것이다. 가장 좋아하던 글쓰기도 퇴직하고서야 늘그막의 목표로 내걸은 것이다. 멋진 수필가나 기억 받고 싶은 수필가가 되고 싶을 뿐이다.
대학 행정요원으로 27여 년간 산전수전 겪고 마쳤다. 정년 3년 두고 행정 3급(부참여)에서 명예퇴직을 당하였다. 평생교육원에서 보학으로 초청강사 노릇도 해 보았다. 그 동안 잡문을 써 두었던 것으로 퇴임 출판기념회(제목 : 오목렌즈)를 가졌다. 당시 교수도 잘 하지 않던 그것을 직원퇴임에서 일백 여명의 친지 ․ 지인 ․ 직원 ․ 교수들이 물밀듯 찾아주어 마치 퇴직 후의 가시밭길을 잘 걸어가라고 축하하여 주는 것 같았다.
매일 다니던 직장의 허물을 벗어 버리고 화백(=화려한 백수)이 되었다. 이제 여유가 생기니까 못 올라 본 근교등산도 자주 찾아 갔었고, 값싼 등산복 입고 신천둔치 우레탄 고운 길 위로 걸음걷기도 처음부터 배웠다. 소위 은퇴자나 이웃 지인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이는 것도 자주 해보았다. 이렇게 지속된 생활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다른 것에 눈을 돌려야만 한다는 것을 알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글을 처음 써본 것이 고교 1학년 때 『학원(學園)』잡지에 투고한 것이었다. 베트남 전투에 참여한 국군아저씨를 위한 위문편지공모에 응모한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지금부터 제 얘기를 들어 보십시오. 조금의 위로는 되실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 인고 하니, 돼지 한 마리를 키우십시오. 살찐 돼지를 키우려거든 이왕지사 철망을 덮어 씌어 키우십시오. 그러면 살찐 돼지는 더욱 살이 붙어 철망 사이로 삐져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날카로운 칼을 이용하여 철망 사이로 삐져나온 살갗을 잘라 불에 구워 드십시오. 고기를 못 드시고 계시는 고국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행복해 하십시오. 또 돼지에게 짬밥을 더욱 잘 먹여 키우십시오. 하루 밤만 지나면 다시 새살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계속 맛 나는 돼지고기를 매일 잡수실 수 있습니다.
어찌 무더운 정글 속에서 잠시나마 허튼 소리로 즐거우셨습니까?
이 같은 글로 국군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쓰기 전국 3등을 차지하였다. 주소를 학교로 하였는데 상품은 내 손에 배달되지 못하였다. 학원 잡지에 발표된 것을 보고 등수만 확인하고 말았다.
대학 근무시절인 2003년에 대구여성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서간문 쓰기에 최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를 기회로 퇴직 후 2011년 수성구문화원 주최 제3회 고모령효축제 공모전에 응모하여 입선하였다. 2013년 1월에 또 LH· 여성동아 공동에세이공모전에 동상으로 입선하여 상금까지 받았다.
줄글 쓴다는 것이 혼자 내식으로만 쓰기보다 재충전을 위한 깊은 이론을 나에게 자꾸 요구하였다. 마침 교육대학교“수필과 지성 창작아카데미”에서 모집광고가 보였다. 참여하여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소심한 성격에 매 학기마다 망설여져서 실행에 못 옮겼다.
마침내‘수필과 지성 창작아카데미 제18기’에 문을 두드리고 말았다. 첫날 강의부터 수월찮게 기대한 이상의 발칙한 이론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감탄하고 말았다. 바로 이것이다! 이제껏 혼자 쓰던 방법이 아닌 뛰어 넘어야 하는 수필쓰기가 시작되었다. 혼자 글만 쓰는 것이 아니고, 줄글 쓰시는 분들과 어울려서 글 잘 쓰는 방법을 터득하고 활용하여야한다는 생각이 나를 끄집어 넣었다.
인터넷에 발표한 수필 1집『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 2집 『내 고향 뒷동산에는』, 3집 『고향시래기』(時來記 : 고향의 洞名이 때가 온다는 시래동), 4집 『파도소리에 묻혀』(초임학교 3년), 4집 『산골짝의 다람쥐』(두 번째 학교 2년), 4집 『파도치는 등대아래』(세 번째 학교 1년), 5집 『왕릉 숲 속으로』(네 번째 학교 2년), 6집 『술은 술술 잘 넘어 가고』(평생 술 먹은 이야기), 7집 『단풍하사』(RNTC 4기 이야기), 8집 『신천시장에서 만납시다』(최근 신변 잡기) 등은 집필이 완성 되었다.
이후 집필이 진행 중인 제목으로는 9집『왕초보 운전』, 10집『청운의 꿈』(고교 3년), 11집『토함산』(고향 영험산), 12집『달을 품은 배 밭』(셋째 형님 自傳記), 13집『찔~깨~동』(유아기), 14집 『교직원 스타일』, 15집『대학생 자취방』(교육대학 2년), 16집『여자로 산 평생의 이름 어머니 송계당 부인』(어머니 自傳記), 17집『술 부은 잔 들어 달 불러 오너라』(술 잡기), 18집 『딱실 못을 나와서』(다섯 번째 학교, 56일간 체험기) 등은 집필하려는 소제목이 결정되었으며 일부는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듯, 자연 산천 군데군데 낙엽이 물들듯 원고를 써가고 있는 중이다.
또, 수필의 소재확보를 위해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는 산문시 아닌 산문시처럼 매일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쓰고 인터넷(카페, 블로그 등)을 통하여 공개하고 있다. 한 편으로 시작한 것이 작금(2015년 4월 24일)까지 올린 글 번호는 823번이다. 그 책 제목은 처음에 『느낌』이라 하였지만, 수필소재로 적격이라 제목을 『화소話素』라 개정하여 두었다.
나의 소신이 하면 한다는 고갱이로 컴퓨터 고장 난 날짜를 제외하고는 글이 좋든 싫든 습작시(習作詩)라는 명분으로 써서 올리고 있었다. 그 제목은 곁에 둔 사전(辭典)에서 현재까지 찾아 나온 낱말의 순서가 “ㅂ자”인 ‘사전 총 1,474면 중에 571면 변기(便器)’라는 낱말제목에까지 이르고 있었다. 이 작업의 목적은 한 편의 글로 완성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하루라도 나의 생각을 컴퓨터 곳간에 빨리 붙잡아 두기 위해서 이런 작업을 하였다. 마치 그 양(量)은 고은(高恩) 시인의 만인보(萬人譜)처럼 하고, 그 내용은 나의 체험이나 알고 있는 사실을 엮어 내는 글의 결과라 하겠다.
누구는 버킷리스트라는 것을 작성하여 자랑할 것이다. 그럴 여유나 시간이 부족한 나로서는 버킷리스트는커녕 후손에게 물러 줄 아무런 유형의 재산도 없다. 부모로서 유명인도 못 되었고, 학문으로서도 성공하지 못한 보통사람일 뿐이다. 또, 훌륭한 조상도 갖지 못한 한미한 가문의 한 인간으로서 후손에게 물러 줄 수 있는 유산(遺産)이라고는 없다. 심심(心身)이 가난한 청림(靑林)수필가로서는 지난 날 고생하고 땀 배인 어수룩함이 모여 있는 수필집 열여덟 권만이 기다릴 것이다.
(20150425. 청림/20100.)
● 이영백(李泳伯). 1950년∼ . 경주産. 號 靑林. 전)초등학교 교사 · 연구 주임교사(8년). 전)중·고등학교 자원봉사 국어 교사(2년). 전)영남이공대학 기획·홍보과장 및 교무과장 역임(26년 4개월). 전)영남이공대학 평생교육원 초청강사 현) e 이야기와 도시 대표. ♣기별 처-業務:752-0096, 自家:755-1640, 손기별:011-806-2010. ○카 페 : cafe.daum.net/purnsup ○블로그 : blog.daum.net/seons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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