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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ㅁ)712.문구멍

신작시

712. 문구멍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윤사월 해 길다.

어른들 모두 장에 가고 아직 오시지 않네.

혼자 집을 지키는 눈먼 소녀는

하머나, 하머나 아버지와 어머니 사립문소리 기다리는데.

 

윤사월 해 긴 하루 종일 기다려도

곡물 팔러 나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아직도 돌아오지 않네.

마당에 나왔다가 앞집 개 짖는 소리에 놀라

큰방 문 열고 들어가 닫아걸고서

혹 거지라도 동냥 왔나 겁내 한다네.

 

점심이라곤 삶은 고구마 달랑 하나.

껍질째 모두 먹어도 배는 고파온다.

뱃속에서 고구마와 껍질까지 모두 소화되고,

뱃속에서 쪼구∼락 하는 소리 자꾸 들리네.

방안 속에 숨다시피 앉아 문구멍으로 바깥의 동정 파악하느라

작은 바람 소리에도, 소쿠리가 넘어져도

문구멍*을 통하여 확인만 하고 있네.

 

작은 문구멍으로 확인하려니 답답하여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문의 창호지를 침 발라 뚫고,

조금 넓어진 문구멍으로 내다보면서

장에 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다린다.

 

곧 부르는 소리 들리는 같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나타나질 않는다.

종일 문구멍만 자꾸 넓게 뚫고 있다.

 

(푸른 숲/20100. 20150102.)

*문구멍 : 문에 바른 종이가 찢어져서 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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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출처 : 푸른 숲/20100(수필가 이영백)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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