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712. 문구멍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윤사월 해 길다.
어른들 모두 장에 가고 아직 오시지 않네.
혼자 집을 지키는 눈먼 소녀는
하머나, 하머나 아버지와 어머니 사립문소리 기다리는데.
윤사월 해 긴 하루 종일 기다려도
곡물 팔러 나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아직도 돌아오지 않네.
마당에 나왔다가 앞집 개 짖는 소리에 놀라
큰방 문 열고 들어가 닫아걸고서
혹 거지라도 동냥 왔나 겁내 한다네.
점심이라곤 삶은 고구마 달랑 하나.
껍질째 모두 먹어도 배는 고파온다.
뱃속에서 고구마와 껍질까지 모두 소화되고,
뱃속에서 쪼구∼락 하는 소리 자꾸 들리네.
방안 속에 숨다시피 앉아 문구멍으로 바깥의 동정 파악하느라
작은 바람 소리에도, 소쿠리가 넘어져도
문구멍*을 통하여 확인만 하고 있네.
작은 문구멍으로 확인하려니 답답하여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문의 창호지를 침 발라 뚫고,
조금 넓어진 문구멍으로 내다보면서
장에 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다린다.
곧 부르는 소리 들리는 같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나타나질 않는다.
종일 문구멍만 자꾸 넓게 뚫고 있다.
(푸른 숲/20100. 20150102.)
*문구멍 : 문에 바른 종이가 찢어져서 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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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출처 : 푸른 숲/20100(수필가 이영백)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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