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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136.감

신작 시

136. 감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감*나무에 감꽃이 핀다. 노오란 새 부리처럼 감꽃이 핀다.

감꽃이 달리고 열매가 자꾸 자라면 감꽃이 떨어진다.

감꽃은 영국신사의 모자처럼 달고 바람을 탄다.

바람 불어 감또개*가 감꽃 따라 떨어진다.

 

감이 익으면 완연한 가을빛으로 가을을 몰고 와 가을풍광을 만든다.

붉은 가을이 감과 함께 오면 우리 집 재산인 감이 익어간다.

 

감속에 일용할 양식이 들어 있다.

푸른 감속에는 탄닌이 설사를 멎게 한다.

붉은 감속에는 섬유질 과즙이 들어 있다.

배고플 때 한 끼의 양식이 되어 주고

급하면 홍시 하나 들고 소 먹이러 나간다.

감이 허기를 면하고 요기가 된다.

 

감은 엄마 손 타고 곶감으로 변신한다.

잘 만들어진 곶감은 제수용이고,

한 겨울 밤 아기 칭얼대면 호랑이가 온다고 해고 계속 운다.

곶감 준다하면 아기 울음 뚝.

호랑이가 제 온다고 해도 안 그치던 아기 울음

비뚤어진 곶감이 뭐 길래 울음 그치나?

호랑이는 곶감이 무서워.

 

감도, 감도 못 먹는 감은 영감이다.

 

(푸른 숲/20100. 20130525.)

*감 : 감나무의 열매, 가을에 익는데 빛이 붉음.

*감또개 : 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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