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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

[스크랩] 푸른 숲/20100 수필1집 "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51)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

신작수필

51. 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나는 고향(故鄕)이 있다. 가고 싶은 고향이 있어서 좋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사연이 있는 고향이 더욱 그립다. 그립고 그리운 것은 자꾸 그립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그립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사람들의 고향이 있고, 나이 들어서도 자주 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

고향은 고향을 오래 나가 살았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향은 어릴 때부터 고향을 지킨 사람을 좋아한다. 그 동안 고향을 자주 찾지 않아서 나그네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곳을 지나가는 나그네 말이다. 그러니 무슨 함수관계가 있을까 말이다. 고향이 싫어할 것이 분명하다. 나그네는 깊은 인연(因緣)이 없기 때문에 고향은 나그네를 분명 싫어하고야 말 것이다.

인간에게 고향은 참 따뜻하다. 고향이 따뜻하다는 것은 고향을 그만큼 사랑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고향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사랑하겠는가? 고향은 주체가 보이지 않는 추상명사(抽象名詞)이기 때문에 사랑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그지없다. 고향을 그냥 고향으로 사랑하려면 따지는 것이 너무나 많아진다. 그래서 고향을 알아야 한다. 내가 태어나서 안태본(安胎本)이 된 것으로부터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고향의 자연으로부터, 내가 걸음마를 할 때부터 고향의 흙내음도, 방죽의 수양버들이 휘늘어졌던 것도, 갱빈의 금빛 모래알 하나까지도 동네를 가로 지르는 도랑물, 거랑, 자연으로 굽어져 만들어 진 자연 길, 피리 불던 언덕, 긴 보리밭 따라 보리피리 불던 일, 일 년 사시사철 고향 세시(歲時)도 하나하나 들추어가면서 추억을 골라내고 뻐꾸기, 꿩 한 마리, 산 노루, 고라니, 보리밭 고랑의 노골∼노골 노고지리 종달새〔雲雀〕, 도랑에 꼬리치는 버들치, 다 자란 논벼가 있는 골 사이로 농병아리가 어미와 새끼하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하며, 자연 속에 놀았던 그 때 그 자연의 동영상(動映像)을 알고 있어야 한다.

어릴 때 밀서리를 배고파 한 밀서리로 재미를 내면 안 되겠지만, 삼밭골 밀서리는 추억이 아닌 살기위해 밀서리를 한 것이다. 물론 변명이겠지만, 시계가 없던 시절 용케도 시간을 맞추어 약속도 하였다. 흔히 배꼽 시계도 시계(時計)다. 지서(支署)의 오포(午砲)도, 교회의 푸른 종소리도 시계다. 아니 동해남부선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汽車)도 시간이다. 게다가 집에 자연 방사하는 닭들도 시간을 알려 준다. 간혹 대낮에 함부로 울어대어 그 시간을 떠나 집에 닭을 많이 키운다는 정도로 인식하게도 한다.

상수도 없던 시절 우물〔井〕을 파야 했고, 먼 산, 중간 산, 가까운 산에 나무 하러 가는 사람들도 잘도 나누어 끼리끼리 유유상종(類類相從)도 한다. 점심도 도시락이 아닌 초백이로 통한다. 반찬이 겨우 고추장 종지 하나면 되는 초백이 말이다. 그러나 초백이 밥만 먹고도, 송기를 꺾어 와서 송기떡을 만들고, 그 땔감 나무하기에도 바쁜 봄이면서도 진달래 꽃방망이를 만들어 오던 여유하며, 누가 이런 추억을 거침없이 말할 수가 있단 말인가?

고향 못에는 물도 채우기도 하지만, 날 가물면 물 말라서 “고기떨이”도 한다. 아기만한 잉어〔리어鯉魚〕의 굽어진 수염에 새삼 놀란다. 말밤은 지금도 발바닥을 아리하게 한다. 토하(土蝦)는 민물새우로 열〔火〕만 보면 붉어져서 보기에도 좋지만, 그 맛 또한 애호박과 어울려 시골의 무슨 음식의 맛보다 맛있다.

고향에는 장날이 있고, 눈도 들뜬 강아지도 파르르 떨며 나와 있고, 노란 콩고물이 묻힌 인절미는 요기 중에 최고다. 하루 종일 끓인 소 국밥은 시골 장날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다. 그 구수한 국밥을 지금 어디에서 맛보랴! 그래. 이 모두가 고향의 맛을 물씬 풍기는 이야기 거리, 스토리텔링이다. 21세기 우리나라 것이 세계 최고이며, 바로 일류다. 현 진건(玄鎭健)의 장편소설 『무영탑』은 앞으로 내 고향 경주 불국사 주변 사람들을 먹여 살릴 것이다. 스토리텔링 하나로 말이다.

내 고향 경주 불국사는 세계적 관광지이다. 특히 불국사는 더욱이 신라이면서 경주 속에 경주다. 『불국사(佛國寺) 석가탑(釋迦塔)』이 바로 무영탑(無影塔)이다. 그림자가 없는 탑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스토리텔링의 연결고리가 확 이끌리어 오고 말 것이다. 지금‘영 못(“影池”를 고향에서는 영 못이라 한다.)’입구에 “영지석불상(影池石佛像)”이 있다. 이를 테마공원으로 한다고 하니 얼마나 기적(奇蹟)을 이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무영탑의 스토리텔링으로 테마공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영국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통하여 연극(演劇)만으로도 그 자리에 세계의 연극인으로 서고 싶어 한다. 바로 역할극(役割劇)을 맡으려고 말이다. 우리도 스스로 아사달(阿斯達)과 아사녀(阿斯女)가 되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인간으로서 아사녀의 그 비애(悲哀)를 말이다. 막연히 돈 들여 체험 장소를 만들어 기념비만 세울 것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 그곳에 먼저 빠져 볼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내국인하며, 외국인들이 물밀듯이 찾아오는 곳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연 친화적인 파란색 창호지로 신혼부부나, 연인이 만나서 그곳에다 걸면 아사달과 아사녀의 힘으로 영원히, 영원히 헤어지지 못한다든지, “사랑의 맹세”장을 한 곳에 걸어서 한 번한 사랑을 약속하면 절대로 헤어지지 못한다든지, 사랑의 미로(迷路)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정말 사랑에 빠져 보는 것 하며, 아사달과 아사녀가 무영탑에서 현세(現世)에 나타나서 못 만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과학의 힘으로 홀로그램을 통하여 혼(魂)을 불러내듯이 만나는 신비를 만들어 내어 보이든지, 아니면 역할극으로 초혼(招魂)하여 그야말로 실질적 사랑의 체험 장소가 되어주는 것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 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 고향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고향을 만들어 가려는 것 때문이다. 내가 고향을 사랑하여야 다른 사람들도 내 고향을 사랑하게 될 수가 있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고향을 다른 사람들이 사랑할 수가 있겠는가? 내 고향을 내가 사랑한다면 그것은 분명 “내 고향이 그리운 것”에서라도 작은 편린(片鱗)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

( 푸른 숲/20100-2012.11.21.)

 

 

푸른 숲 /20100 카페 “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게재를 마치며

 

저 이영백은

 

 그 동안 “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이라는 제목으로

 

수필을 게재하여 왔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꾸∼뻑!)

 

 이어서는 “내 고향 뒷동산”에라는 제목으로 약 60여 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속 성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2 11. 21.

 

푸른 숲/20100 李泳伯 이영백 Lee Young-back

 

 

푸른 숲 수필집

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

                                                                      푸른 숲 이 영백

목          차

제1부 고향의 들숨 날숨

1. 토함산(吐含山)/2. 갱빈/3. 우물/4. 도깨비 불/5. 영지(影池)/

6. 마석산(磨石山)/7. 밀개산(密開山)/8. 용보(湧洑)/

9. 새보〔新洑〕/10. 조양지(朝陽池)/11. 개남산(介南山)

제2부 내가 살던 초가삼간

11. 새보 초가삼간/13. 방천(防川)/14. 기차 역(驛)/15. 장날/

16. 차성이씨 양세 정려각(旌閭閣)/17. 초가 집짓기/

18. 시래(時來) 거랑/19. 동사(洞事)마을/20. 측간(測間)/

21. 불국사의 종소리

제3부 아버지의 비늘구름

22. 불씨/23. 갓/24. 담뱃대/25.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

26. 짚신/27. 아버지의 우산(雨傘)/28. 멍석/29. 가마니 짜기/

30. 흰 눈과 무/31. 삼 곳 하기/32. 참새 잡기

제4부 어머니의 조록 싸리

33. 물레/34. 칠월 칠석/35. 베 매기/36. 누에치기/37. 삼 삼기/

38. 베 짜기/39. 새참/40. 빵끼/41. 어머니의 신경통(神經痛)/

42. 어머니의 삼층 누비 담배지갑

제5부 나의 비매품

43. 서당(書堂)/44. 오포(午砲)/45. 시골 목욕(沐浴)/

46. 아까징끼/47. 소 먹이기/48. 땔감 나무하기/49. 미영 베/

50. 천수답(天水畓) 논물대기/51. 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

 

출처 : 푸른 숲/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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