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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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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 미늘 70. 참꽃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70. 참꽃 이영백 시골에서 태어났기에 시골말을 안다. 봄이 오는 것을 산기슭에서부터 붉은색 참꽃이 피면서부터 알게 된다. 그렇게 봄이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시내버스타고 한가한 농촌 산기슭에서부터 봄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수줍어서 붉은 꽃을 피운 것이 참꽃이다. 초등학교 다니기 전부터 고향 앞산에 오르면 연한 핑크빛에서 짙은 색으로 변하는 참꽃무더기 발견하였다. 허기진 배고픔에 곱게 핀 참꽃을 밥이듯 따 먹었다. 먼 산에 나무하러 갔던 머슴들 시태바리에 꽃방망이를 만들어 위에다 얹고 오는 모습은 참꽃으로 핀 꽃 대궐을 싣고 오는 것이다. 뻐꾸기 앞, 뒤 산에서 울면 어린 우리들도 움직인다. 늘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뱀 딸기 따먹고 그래도 배고픈 것은 참을 ..
(엽서수필 3) 미늘 69. 도라지꽃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69. 도라지꽃 이영백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노래도 할 줄 모르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고향 찾는다. 대학 여름방학 시작되면서 종형수님 집을 찾았다. 묵직한 수박 한 덩어리 사들고 찾으니 반가이 맞아 주셨다. 종형수와 나는 참 색다른 인연이 있다. 오래 전 일이다. 내가 고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진학을 못할 입장에 놓이자 실력이 아깝다고 아버지 앞에 대신 나서서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형수 친정은 목월의 고향 건천읍 모량리이었고, 개명한 집안이었다. 종형수 집은 우리 집 앞 들판에 있다. 그것은 종형이 6ㆍ25참전으로 2급상이용사로 농사짓기 힘 든다고 일곱 마지기 논배미 자갈밭에다 집을 지어드렸기 때문이다. 대문은 남쪽인데 ..
(엽서수필 3) 미늘 68. 모감주나무 꽃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68. 모감주나무 꽃 이영백 7월에 피는 노란색 꽃, 나중에 가운데 붉은색이며 네 개의 꽃잎이 위를 향한다. 그들이 집단으로 있어 나의 눈을 집중하게 한다. 저 꽃이 무슨 꽃일까? 그것도 밑동은 제법 굵은 나무요, 튼튼한 가지가 많이 자라 잎들이 무성한데 길쭉하게 줄기에다 꽃들이 피어나는 색다르다. 더운 여름 염천 시작하는 7월에 나무 잎사귀 끝 부분에 집중되는 노란색 꽃이 피랴! 요즘 휴대폰에 꽃 이름 찾는 앱으로 들어가 찍으니 98% 모감주나무 이다. 그 나무에 피는 “모감주나무 꽃”이다. 두 번째 근무하였던 초교는 경북 영일군 동해면이다. 그곳이 전국에서 모감주나무 단지가 바로 발산리에 있었다. 해안가 일대 경사가 30도 되는 산에 120~130년생의 큰 나..
(엽서수필 3) 미늘 67. 감자 꽃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67. 감자 꽃 이영백 감자에 꽃핀 것을 보았던가? 물론 감자에도 꽃이 핀다. 그러나 감자 꽃은 우리 집 많은 누나들처럼 슬픈 꽃이기도 하다. 아버지, 딸은 많이 낳아두고도 공부 시키지 않아 모두 무학자들이다. 감자 꽃도 마치 누나들처럼 꽃이 피면 모두 뎅강 잘라버린다. 농부는 힘들여 농사지으면서 감자 꽃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감자는 땅속 알맹이를 키워야 한다. 그 꼭대기에 핀 흰색이나 연한 보라색 감자 꽃은 모두 잘라 버린 것이다. 감자 꽃을 자주 못 본 것도 농부들의 생산성 때문이었다. 감자는 씨감자로 싹이 트면 눈을 기준으로 칼로 자른다. 재 퍼다 잘린 자리에 묻혀 소독하여 심는다. 뿌리 나고, 줄기 자라 잎이 반성하여진다. 밤새 우리들 몰래 잎에서 쏘옥 ..
(엽서수필 3) 미늘 66. 대나무꽃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66. 대나무꽃 이영백 고향에서는 대나무가 귀하였다. 작은 마을에 대나무 있는 집은 훈장님 집뿐이었다. 훈장 집에는 대나무가 울타리로 되어 바람 불면 우~웅~쏴~하는 소리로 어렸을 때는 조금 겁나 하였다. 그 집에는 셋째누나 벌되는 딸만 한 분 있었다. 알고 보니 아들이 있었는데 6ㆍ25 전쟁 때 월북하고 부터는 외동딸이 되고 말았다. 그 집의 대나무는 꽃이 피었다. 대나무는 알수록 신비롭다. 대나무는 이름에 나무가 붙어 있다고 해서 나무가 아니다. 분류상 풀이다. 번식도 씨앗으로 번성하지 않고, 뿌리로 후손을 이어간다. 어찌하여 또 급히 자라느라 속이 없는 공간이고, 덜 자랐나 싶은데 마디를 만들어서 다 자랐다고 한다. 마디마다 곁가지 서넛 나오면서 잎이 나와 ..
(엽서수필 3) 미늘 65. 감꽃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65. 감꽃 이영백 감꽃은 감나무에 피는 꽃이다. 식물에도 꽃이 피고, 나무에도 꽃이 핀다. 그 중에서도 열매를 따 먹는 감나무에 꽃이 피니 감꽃이다. 노란 감꽃이 피면 농부들은 모내기를 시작한다. 모내기 기준은 감꽃이 피는 것이다. 덩달아 석류꽃도 피고, 인동초도 피어 하늘을 향하게 뻗어 자랑한다. 아버지는 부자로 살 곳에다 밭둑 경계선에 감나무를 심어 두고 자라기를 기다렸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첫 번째 집에서 네 번째 집으로 이사 온 시기였다. 첫 번째 집은 할머니 집 앞집이었다. 세 살 박이일 때 대문 곁에 감나무가 있어 감꽃 떨어지는 것도 본 것으로 어렴풋이 생각난다. 두 번째 집은 대문에 아름드리 감나무를 베어 팔아 엄마가 셋째형 군 공병부대에 ..
(엽서수필 3) 미늘 64. 미나리 꽃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64. 미나리 꽃 이영백 나는 미나리인생이다. 부평초처럼 뿌리도 없이 아무데나 던져두어도 스스로 뿌리를 생성시켜 척박한 땅에서라도 잘 자라듯 살아왔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어디서나, 습지나 물기 있는 곳에 뿌리째 썰어 던져두어도 그곳이 살 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억척의 식물이다. 나도 그 미나리처럼 그렇게 살았다. 그 미나리 식물이 뿌리내려 꽃이 핀다. 그것도 온통 하얀 꽃으로 핀다. 미나리에 “미나리 꽃”이다. 미나리는 초교 들어가기 전에 세 번째 살았던 집 앞에 깊고 물맛 좋은 우물 곁 미나리꽝에 있었다. 우물에는 동네 누구든 나와서 두레박으로 물 퍼 마시기도 하고, 심지어 여름에 더우면 남자들은 옷 입은 채로 물 덮어쓰고 목물하였다. 그렇게 땅속 맑은 물을..
(엽서수필 3) 미늘 제6부 꽃의 변명 63. 호박꽃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제6부 꽃의 변명 63. 호박꽃 이영백 시골집집마다 담장이나 울타리로 경계선이 쳐져 있다. 집마다 경계선이 분명하다. 물론 담장이나 울타리도 없이 낮은 둑으로만 된 집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거개가 담장이나 울타리가 쳐져 있다. 양지바른 그 담장 밑에 어린 우리들은 모여서 구슬치기도, 말 타기도 하고 놀았다. 그 담장에 노란별처럼 생긴 여섯 갈래로 벌어진 호박꽃이 피어 있다. 시골에서 정식 밭이 아니면서도 심을 수 있는 이점이 있는 식물이 호박이다. 밭도 아닌 담장 밑에다 흙구덩이 넓게 파 놓고 ×바가지로 똥물을 퍼다 부어놓는다. 4월말이면 준비된 한 흙구덩이에 3~4알의 호박씨를 바로 심는다. 구덩이마다 시간 지나면 노란 쌍떡잎 나고, 본 잎 나온다. 그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