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
69. 도라지꽃
이영백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노래도 할 줄 모르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고향 찾는다. 대학 여름방학 시작되면서 종형수님 집을 찾았다. 묵직한 수박 한 덩어리 사들고 찾으니 반가이 맞아 주셨다. 종형수와 나는 참 색다른 인연이 있다.
오래 전 일이다. 내가 고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진학을 못할 입장에 놓이자 실력이 아깝다고 아버지 앞에 대신 나서서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형수 친정은 목월의 고향 건천읍 모량리이었고, 개명한 집안이었다.
종형수 집은 우리 집 앞 들판에 있다. 그것은 종형이 6ㆍ25참전으로 2급상이용사로 농사짓기 힘 든다고 일곱 마지기 논배미 자갈밭에다 집을 지어드렸기 때문이다. 대문은 남쪽인데 서쪽 입구에다 도라지 씨앗을 구하여 꽃밭처럼 도라지 밭을 잘 만들어 두었다.
멀리서 보면 백도라지, 보라색도라지꽃이 피어 만발하였다. 그 꽃밭을 잘 관리하여 해다 7~8월이면 희고 보랏빛 고운 색 꽃피워 아랫마을에서는 도라지집이라고 불렀다. 게다가 종형은 국가보훈대상자가 되어 연금을 받았다. 논바닥에 집 지었으니 문전옥답이 되었다.
대학교복 입고 방문하니 반갑게 맞아주었다. 당질ㆍ당질녀들도 덩달아 좋아하였다. “오랜만에 고향 왔네요. 오늘 오신 김에 도라지ㆍ붉은 상추비빔밥으로 대접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집 앞 넓은 들판을 보았다. 멀리까지 논벌이 이어지고 어디선가 농병아리. 뜸부기 우는 소리 들린다.
어느 샌가 도라지 뿌리 찢고, 붉은색 상추 뜯어 너른 양푼에다 비빈 비빔밥은 고추장 섞이고, 참기름 떨어뜨려 참 먹음직한 비빔밥 한 그릇이 나왔다. 흰 도라지꽃, 보랏빛 도라지꽃을 먹는다고 생각하며 밥을 비워냈다.
도라지꽃 피워내기 위하여 모량리 낭자와 시래리 총각과 결혼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도라지꽃은 더욱 잘 자라 주어서 아랫동네에서 종형이 꼰 새끼 사러 오면서도 꼭 도라지 집으로 알고 사갔다. 그렇게 종형수 집은 도라지꽃을 잘 길러 내어 해마다 두고 보고 뿌리 채취하여 비빔밥 하였다.
도라지꽃 피는 종형수 집은 늘 웃음꽃도 피었다. 오순도순 아들ㆍ딸 낳아 행복한 가정을 도라지꽃 집안으로 살았다. 그렇게 행복하였다.
(202106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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