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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5/또천달 형산강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87. 신라달빛에 묻다

엽서수필 5 : 년의 빛 흐르는 형산강

87. 신라달빛에 묻다

이영백

 

 누가 화두로 묻는다. “그대는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물론 돌아가고 싶지만, 얼룩졌던 나의 청춘으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아니하오.” 그렇게 당당히 거절하였다. 누구는 그렇게 청춘으로 돌아가면 너무 좋겠다고 하였다. 이제 그것을 신라의 달빛에 물어본다.

 달빛은 오랜 세월 산전수전 겪었으니 무엇인들 답변하지 못할까? 정말 달빛은 신의 존재다. 특히 신라의 달빛, 경주의 달빛으로 존재해 오던 것으로는 모든 대중들의 물음에 답해 줄 것 같다. 부디 달빛이여 답을 주소서!

 누가 그랬다. 어떤 곳의 단체장으로 출마하고 싶어 했다. 토함산 산꼭대기로 새벽길 올랐다. 새벽 이지러진 달이 마지막 고개를 넘지 않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차마 달이 단체장 출마하려는 사람을 기다린 것은 사실 아닐 것이다. 살아 온 인생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달빛을 자기의 기회인양 갖다 붙이었다. “보아라! 사람들이여! 저 달도 나의 출마를 지원해 주듯 아직도 지지 않고 기다리고 있지 아니한가?” 과연?

 어찌 지지 않은 달빛이 그대만 기다리고 있는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오른 사람만 도와 줄 것인가? 그것이 자유와 평등과 공정으로 말할 수 있을까? 달은 자연의 법칙에 의하여 우주만물의 공정한 법칙을 어기지 아니하려고 달빛을 오직 비춰 주고 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저 너머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여! 제발 모든 일을 자기 공식에다 집어넣으려고만 하지 마소서. 아소, 말~으 소서!

 오로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자기 욕구만 채우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여! 무슨 일에라도 최선을 다 하고 결과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라! 조금만 젊었을라치면 나라도 그렇게 지키고 싶었는데 어찌 하오리까? 그래도 신라달빛에 묻는다. 아이러니컬한 상황인데 어찌하면 돼지요?

 그렇게 해서라도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언제, 누구에게도 다시금 비굴하게 빌겠는가? 하는 일에 가타부타 촉 달지 말며, 하는 일에 방해하지 말라고 큰 소리 칠 것이다. 세상은 정말 그러할까? 나는 어찌 하오리까?

 가장 중요한 신라의 달빛이 입을 떼었다. 욕심만 부릴 줄 안다면 누구에게 묻지도 말며, 특히 순수한 달빛에게도 묻지 말라! 차라리 서천 강물에 빠뜨려 물 위에 어리어 비치는 제3의 달빛에게 사과하라!

(20220823. 화. 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