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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5/또천달 형산강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제8부 강의 결혼 67. 퐝 처음 만나다

엽서수필 5 : 년의 빛 흐르는 형산강

제8부 강의 결혼

67. 퐝 처음 만나다

이영백

 

 짧은 생이지만 포항을 처음 본 것은 1965년 6월 28일 월요일 오후이었다. 그때는 천지분간도 못하던 시골뜨기 소년이었다. 지인이 P수산대학 야간부에 다니면서 기말고사 치른다고 하는데 나를 데리고 갔던 것이다.

 1965년 해도동(海島洞)은 아예 없었고, 늪이다. 더욱 종합제철인 포스코도 없던 시절이다. 포항 가는 방법도 경주기차역에서 차표 끊어 타고 형산강 따라 포항역에 내린 것이다. 어디엔가 밤에 여관 얻어 쉬라고 하곤 그 지인은 시험 치러 갔다. 기차타고 이방에서 피곤하여 잠이 들었다.

 곁에는 지인이 시험 치르고 어느 샌가 와서 씻고 있다. “아이고 곤히 자더구마는 내 땜에 깼제.” “아뇨, 아닙니다.” “배고프지, 국수 사먹을까?”시내 어디로 나갔다. 도로가에 카바이드 칸델라등불을 켜놓고 국수 말아 팔았다. 국숫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배 채우고 깐죽깐죽 따랐다.

 지인이 야간대학 다니는데 시험 치는데 왜 따라 나섰던가? 그는 시를 쓰고 있다. 시 쓰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퐝(浦項)을 한 번도 안가 봤다고 했더니 따라나서라고 하여 나서게 된 것이 동기다. 포항은 항구도시이다.

 포항은 1732년(영조 8) 영일현 “통양포(通洋浦)”아래에 “포항창(浦項倉)”을 설치하고 “별장(別將)”을 파견하였다. 창의 곡식으로 함경도 진휼의 바탕으로 삼아 함경도와 경상도를 연결하는 동해안 해로의 중심역할을 하였다. 1914년 포항면, 1931년 포항읍, 1949년 포항시로 승격하였다.

 이튿날 잠에서 깼다. 죽도시장으로 갔다. 항구의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다. 송도를 뱃길로 건너야 P수산대학이다. 빨간 돈 두 장(2원) 내고, 줄 배를 탔다. 돈 내고 타면서 승객이 줄 끌어야 하였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너무 신기하였다. 대학 구경하고 건너와 시장에서 밥 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 대학 기말고사 치는데 왜 따라 다녔지. 덕택에 촌아이가 대학도 구경하고, 항구의 삶을 간접으로 느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사람은 곳곳마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집에서는 어린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인을 따라 그렇게 낯설게 다른 도시에 가 봤다. 국수로 종일 끼니를 때웠다. 집의 보리밥과 된장이 그립다. 형산강 줄기 따라 경주 말고 포항도 가봤다.

 생애 최초 퐝(포항)을 처음으로 상견례 하였다.

(20220719.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