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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5/또천달 형산강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66. 금장대 오르다

 

엽서수필 5 : 년의 빛 흐르는 형산강

66. 금장대 오르다

이영백

 

 고향을 늘 가슴에 묻고 산다. 천 년 문화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하나씩 껍질 벗기고 산다. 오늘은 복원된 금장대(金藏臺)를 올라 본다.

 세 갈래 길에 이르러 왼쪽은 “금장대”, 오른 쪽은 “암각화”라고 외로운 이정표가 내 마음을 두근두근 두들긴다. 얼른 결정하라고 다가오기에 “금장대”오르는 길을 택하여 오르고 만다.

 금장대는 형산강(서천)과 경주 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풍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경치가 하도 아름답고 빼어나 하늘을 날던 기러기도 쉬어간다고 하였던 신라 삼기팔괴의 한 곳이기도 하다. 형산강에서 서천과 북천(알천) 두 지류가 만나서 만든 “애기청(涯岐淸)소”는 이곳 출신 김동리 소설에 나오는 「무녀도(舞女圖)」배경임은 익히 알고 있다.

 신라, 고려, 근세조선으로 이어오면서 전국의 풍류시인, 묵객들이 금장낙안 풍정에 취한다. 신라의 흥망성쇠를 자연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으로 풀어내어 “삶의 욕심은 부질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시와 창과 그림과 글씨로 꽃피웠던 그것이 지금도 이 장소에서 재현하듯 들려오는 듯하다.

 애기청소 깊은 물에 여울목으로 감돌아오던 그 물소리가 초혼가를 불러 선인만나 대화 나눈다. 나무라듯 천 년 솔바람소리가 누대 속 마룻바닥에서 막 휘도는 소리 나니 더욱 섬뜩하다. 비록 이 고장에서 나고 자랐지만, 오래 살았으니 변명조차도 못하고 궁색한 나의 입만 오물거리는 것으로 대답이라고 시늉만을 하고 만다.

 금장대 맞은편에 현대의 문화를 살리고자 “경주문화예술회관”이 웅장한 모습으로 위치한다. 오늘날 현대에도 예술문화가 중심이 되어 활발하듯 보인다. 지난날 형산강 물 위에 밤빛이 일렁이던 그 꽃불이 바로 연등 문화축제였구나. 이미 신라문화가 오늘날에도 꽃피고 있음에 경주가 고향인 사람으로서 더욱 자랑스러울 뿐이다. 고향 캐고, 묻어 현대를 살아간다.

 내려다보는 애기청소에 저녁노을이 물들어 다가오면서 이미 황금불빛의 장군교 조명과 함께 이 누대에서 두근거리는 것은 새로운 나를 일깨운다.

 금장대 올라 신라 천 년의 예술문화를 자랑스럽게 느끼고 경주발전의 원동력을 생각하면서 금장낙안에 노을이 물들어 벌써 산그늘이 내린다.

 아! 경주 금장대에 올라 모처럼 지축을 한번 울려본다 고향이 좋다고.

(20220717. 일. 제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