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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5/또천달 형산강

(엽서수필 5) 또천달 형산강 65. 서천의 애기청소

 

엽서수필 5 : 년의 빛 흐르는 형산강

65. 서천의 애기청소

이영백

 

 늪인 “소”는 우리 고유어다. “소ㅎ”로 ㅎ종성체언〔去聲〕이다. 한자어 沼는 예스런 발음으로는 〔죠〕, 〔쇼〕이다. 소는 “땅바닥이 두려 빠져 물이 깊은 곳”, “늪” 또는 강물이 소용돌이치는 곳으로 “굽은 못〔曲池〕”이다. 경주 “애기청소(涯岐淸沼)”의 표현은 “-沼”가 아닌 “-소”라야 올바르다 생각한다.

 현지에서 예기소(藝妓沼), 금장소(金藏沼)라고도 하며, 흔히 한자어로 “崖岐淸沼”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崖岐淸소”라 표현하고 싶다.

 崖岐淸소는 신라 20대 자비왕 때 “을화”라는 기생이 왕과 연회를 즐기다가 실수로 예기소에 빠져 죽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설화는 “자비왕은 미색과 주술로 겸비한 을화를 불러서 연회할 때 갑자기 뇌성벽력이 일어나고 소낙비가 쏟아졌다. 예기소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더니 그 속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꼬리를 흔들었다. 승천하다가 이내 예기소로 떨어지고 말았다. 왕과 신하들은 넋을 잃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을화의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을화가 파랑새를 품속에서 꺼내려는 순간 파랑새는 멀리 왕궁이 있는 월성으로 날아가고, 하늘에는 꽃비가 쏟아졌다. 을화는 마치 술에 취한 듯 파랑새가 날아간 쪽으로 몇 발자국 걸어가다가 그만 예기소에 추락하여 죽고 말았다. 그 후부터 일 년에 꼭 한두 사람이 예기소에 빠져 죽곤 했는데, 그것은 용이 못된 이무기가 물속에서 사람을 잡아먹기 때문이라는 속설이다”라고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금장대에서 경주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하면서 서천을 내려다보면 북천의 물이 서천의 물과 섞이면서 소용돌이친다. 바로 崖岐淸소는 깎아지른 듯 분기점의 맑은 물이 있는 소이다.

 崖岐淸소는 김동리 소설의 “무녀도”배경무대로 되어서 널리 알려졌다. “(중략)…비밀 돌아 흐르는 강물(예기소)과 함께 자리를 옮겨가는 하늘의 별들을 삼킨 듯했다.…(중략)”라고 서술, 표현하고 있다.

 경주 애기청소는 물이 깊고 사람이 근접하기에 무섭다. 특히 전설이 서려있고, 소용돌이까지 위협하니 가까이 하기에는 두렵다. 꼭이 신라 설화를 가져오지 아니하더라도 현대인으로서 위험표지라도 붙여야할 곳이다.

(20220716. 토. 초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