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
85. 흙길과 나무데크길
이영백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곳에 길이 열린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가면서 길을 걷는다. 발전을 위해서는 돈을 들여서라도 찾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든다. 눈앞에 보이는 길이 곧 성공의 길이다. 행복의 길이다. 이제까지 살아 온 보람의 길이다. 오늘 야시골공원 흙길과 나무데크길을 걷는다.
어려서 걷기 시작한 곳은 흙길이다. 흙길은 바로 나의 인생을 시작하던 길이다. 흙길에서 삶의 아픔도 얻었고, 실패하면 도랑으로 내리 처박히기도 하였다. 길을 찾으려고 시작하였으니 험난한 길이라도 나의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찾은 길이 이제는 조금 보드라운 황톳길이다.
황톳길은 걸음마다 누룽지 삶은 것 같은 냄새와 구수한 꽃이 저절로 피는 좋은 길이다. 내가 어렸을 때 삶이 그랬던가? 신발바닥 밑이 증명하듯 황토는 시골 정이 많은 곳이었기에 더욱 그 황톳길이 그립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섶의 잡초이면서 한 송이로 핀 꽃이 나의 인생길이었다.
야시골공원의 나무데크는 도심의 길로서 포시라운 길이다. 너무 안전한 길이다. 오르내리는데 길섶에 작은 나무와 야생화는 나를 환영의 기회로 늘 기다려준다. 세상 살면서 이렇게 황홀한 환영을 맞이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이제 늘그막에서라도 사람 아닌 자연수(自然樹)와 야생화들이 이 나이에도 환영을 해 주다니 이 얼마나 고맙고 즐거운 일이던가.
길은 어디에나 생긴다. 길은 어디나 찾아 나서면 길이 된다. 이 길은 걷는 길만이 길이 아니다. 그것은 흙길에 나무데크를 설치한 길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걸어가는 안전한 삶의 길일 수도 있다. 길은 어디나 나서면 길이 된다. 그것이 비록 험난한 길이라도 나는 걷는다.
비록 흙길이나마 글을 창작하는 데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누구나 부드럽고 평탄한 길을 좋아할 것이다. 삶에는 울퉁불퉁하고 힘든 길도 있다. 나의 창작하는 길에는 가시덤불도, 자갈길도, 그 준비된 험난한 길도 더러 나타날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은 야시골공원 흙길 걸으며 나의 창작에 불태운 심지를 돋운다. 누구든 무슨 일을 하든, 창작의 길로 가든 나무데크가 있는 안전한 길로 가고 있다. 길 오르내리며 글을 쓴다. 그게 현재의 내가 가고 있는 길이다.
(202012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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