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다마 계룡산” |
58. 수필을 논하다
이영백
수필은 무엇인가? 앞선 선배들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 하였다. 과연 그러할까? 수필은 아무나 쓰면 되고,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수 있을까? 수필도 엄연히 문학의 한 장르인데 가벼이 여길 수 있는 글이 결코 아닐 것이다. 수필도 문학 장르에 포함되며 상당한 개인적 체험을 모탕으로 하여 인간의 가장 진솔한 한 부분을 표현한 글이다.
우리나라 수필은 최초로 고려 때 이인로(1152~1220) 선생이 쓴 「파한집」을 최초의 “수필”로 보고 있다. 수필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중기 이후로 그런 제목의 글들이 많이 있다.
동양에서 “수필”이라는 용어를 맨 처음으로 사용한 이는 남송(南宋)의 문인 홍매(洪邁)로 “용재수필”을 지었다. 그 책의 서문에 “뜻한 바를 수시로 기록하여 앞뒤 차례가 없으므로 이름 하여 수필이라 이른다.”고 썼다. 서양에서는 16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Montaigne, 1533~1592)의 “수상록(Les Essais)”이 최초의 수필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수필은 왜 읽는가? 우선 짧은 글로서 작가의 인생 한 부분을 아우라며 유머와 위트가 있어 읽으면 결론으로 감동을 주는 한 편의 글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는 은유가 많아 무슨 뜻인지 이해가 얼른 안 되고, 소설은 장편이면 너무 길어 읽는데 시간이 걸린다. 희곡은 연극용이기에 부질없는 내용(지문, 무대 등)까지 읽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그렇다.
수필은 어떻게 쓰면 좋은가? 물론 작가 개인의 역량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목부터 문학적으로 써야한다. 서론으로 독자가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쓰며, 본론에서는 여러 가지 화소의 문단을 고리 연결로 따라 읽으며 유머와 위트에 매료되어 오다가 난데없이 반전(反轉)을 걸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하여 마음을 변화시키며, 결론에는 서론을 공고히 하여 한 편의 감동을 주도록 하는 글로 맺으며 쓴다.
21세기에는 수필이 뜬다. 짧은 글로 짧은 시간에 작가의 유머와 위트가 모여 한 편의 글을 감동으로 받을 수 있기에 그렇다. 수필은 어떤 고백보다 진솔하게 개인의 체험을 짧은 글에서 전해주어 두고두고 수채화 같은 한 편의 글을 읽는다. 스스로 인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202011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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