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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 2) 57. 책과 공원

“4다마 계룡산

57. 책과 공원

이영백

 

 공기가 차가와진다. 작은 가방에 책 세 권을 넣고 작은 산, 계룡산을 오른다. 오후 세 시 메꽃이 사랑을 펼치기 좋은 시간에 마음 가벼이 집을 나선다. 게다가 내자가 끓여 놓은 물 한 병을 넣으면 금상첨화다. 혹시 지인을 만나던, 아니면 낯선 누구라도 만나던 책을 읽어 드리거나 아니면 그 책을 그냥 드리고 오면 기분이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출발하였다.

 책은 지식이 창고 째 가득 들어있는 살아있는 보물이다. 아마도 오늘 누군가 맨발걷기 운동하는 어떤 분이라도 만난다면 으로 이야기 하고 싶다. 산속 주인 없는 벤치에라도 앉으면 좋은 글이 들어 있는 부분을 펼쳐 읽어 드리기라도 하고 싶다. 마음의 지식 창고를 활짝 열어젖혀 누구라도 책을 반겨 준다면 읽거나 아예 그냥 드리고 올 것이다.

 아니면 책장수처럼 가지런히 펼쳐놓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여쭤 온다면 책을 읽어 드리거나 그냥 드린다고 말씀 드릴 것이다. 그곳에 이 책은 청림 수필작가가 사서 증정하는 책입니다.”라는 작은 쪽지를 책가위에 붙여드릴 것이다. 마음의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대구지방에서 발간되는 지방문예지 월간 한비문학최근 발간한 147호를 들고 책 난전을 펼친다. 관심을 보인 사람들 앞에서 내가 쓴 글을 펴서 낭독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글을 읽을 것이다. 내리닫이 세 편을 읽으면 목이 말라 올 것이다. 누가 물었다. 왜 책을 읽느냐? 듣고 싶으신 분은 들으시라고 읽습니다. 시끄럽다 읽지 마라. . 알았습니다. 그냥 전을 거두고 내려오려는데 그 책을 달라고 하여 세 권 모두 나눠 드렸다.

 작은 가방에 넣었던 잡지 세 권을 모두 내어드리고 나니 가방도 가볍다. 내 마음도 가볍다. 책은 지식의 창고다. 글을 쓰는 작가로 책을 달라고 하는 말씀만큼 고마운 일이 없다. 요즘은 거개가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책을 멀리하고 사는 것 같다. 책을 읽자.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책은 마음의 등불이다. 시골에 살았던 소년으로 새마을문고에서 책 빌어다 읽은 기억이 아련하다. “황금 박쥐”, “생일 없는 소년”, “괴도 루팡”, 정비석의 소설 등 시골에서 읽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읽게 해준 엄대섭님이 자꾸 생각났다. 다시 이러한 운동은 안 일어날까?

(20201103. . 학생독립운동 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