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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2) 23. 공원과 흙길

“4다마 계룡산

23. 공원과 흙길

이영백

 

 야싯골공원을 자주 찾는 이유는 아스팔트길 시대에 흙길이 있기에 즐겨 찾는다공원 속 순환로에 흙으로 길이 조성되어 있다도심에 사는 사람으로서 저절로 발이 가벼워지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일일까한 번 걸으면 자꾸 걷고 싶어진다심지어 몇몇 시니어들이 흙길걷기 모임도 하고 있다.

 1973년 5월 1일자로 바닷가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아 3년간 생활하였다그 3년은 생애에 아주 짧았던 추억거리(?)이지만 비포장 길이었던 땅고개라는 곳을 오르내리며 살았다. “땅고개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곳의 길바닥 흙이 하도 찰 져서 처녀가 외지로 시집을 가야 떨어져 나간다고 할 정도로 무서운 흙길 때문이었다지금은 찾아보니 모두 포장되었다.

 우리나라 도로 포장률이 93.2%에나 이른다어디를 가나 길이 나 있으면 하다못해 시멘트 포장이라도 하여 두었다길바닥이 딱딱하기에 관절염이 많이 온다대구 신천 변에 우레탄으로 단장된 길을 4km왕복 하고나면 발바닥이 따가워 온다겉으로 보기 좋지 결코 좋은 길이 아니다.

 저절로 도심 속 공원의 흙길은 나에게 구세주다운동량이 적은 나로서는 산속 공기를 마신다흙길에 물기가 적당히 배어 있어서 약간 물기가 느껴진다여러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신발로 다져 놓았기에 아주 적당한 물기만 남아있다먼지도 없으며 걷기에 아주 훌륭한 길을 제공하고 있다.

 간혹 낙락장송 소나무를 만나면 허리치기라도 하고 싶다스치는 솔바람과 간지러운 이야기도 남겨 본다탄소동화작용으로 그늘에서 저절로 코가 벌렁거리는 건강위한 피톤치드 마음껏 들이쉬며 자연을 좋아하게 한다.

 나름 혼자 숲속을 즐기고 있는데 샛길에서 불쑥 어르신 한 분이 올라온다비탈길이라 가까이 다가오지 않으면 누가 오는지도 모른다곧장 숲속에서 불쑥 사람이 올라 스쳐 지난다딱 붙은 레깅스를 걸친 아가씨가 새하얀 운동화에 새빨간 장갑 끼고 핸섬하게 모자까지 썼다비록 산속이지만 새카만 마스크하고 지나간다오늘 산속 숲길 흙길에서 만난 사람이다.

 계룡산 경로당이 있는 컨테이너에서는 시니어 아주머니들이 재미난 게임(?)에 빠지신 것 같다즐거운 소리가 희희낙락 흘러나온다.

 야싯골공원의 흙길은 늘 글 쓰는 나에게 건강 챙겨주는 좋은 길이다.

(2020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