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다마 계룡산” |
22. 야싯골공원과 동백꽃
이영백
야싯골공원은 도심 속에 있지만 늘 분주한 곳이다. 어쩜 소시민들이 사용하기에 좋은 천혜의 선물인 셈이다. 공원에 딱 한 그루의 꽃나무가 있다. 바로 애기 동백나무다. 그 나무를 알아보았는데 아직까지 꽃 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물론 아직 성목(成木)이 안 된 유목(幼木)이라서 그런가.
내 고향이 경주라서 울산 울주군 목도(혹은 椿島)에 잎사귀가 푸른빛으로 달린 동백나무를 본 것이 최초이다. 동백나무는 남해안 쪽(거제, 광양, 강진 등)이나 울릉도 등 거개 남쪽에서 볼 수 있기에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정작 그 나무나 꽃을 보기는 내륙지방 사람들로서는 어려웠을 것이다.
겨울에 꽃을 피우니까 “동백(冬柏)”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꽃은 붉은색이지만, 흰색이나 분홍색 꽃도 있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동백나무, 일년생 가지와 잎 뒷면의 맥상 및 씨방에 털이 있는 것은 애기동백나무라 한다. 바로 야싯골공원에 한 그루 있는 것으로 “애기 동백나무”인 것 같다.
한국 토종 동백꽃은 종 모양으로 꽃송이가 크고 붉다. 그것도 흰 눈이 내리는 겨울 풍정에 붉은 꽃은 마치 핏빛 같다. 그러나 꽃밥은 노란색으로 더욱 처연하다. 다행인 것은 동백나무를 정부가 지정한 국외반출 승인 대상 생물자원으로 몇몇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에서 춘희는 동백아가씨의 미련한 사랑이 나온다. 이 동백아가씨의 주인공 마르그리드가 동백꽃을 가지고 마녀 꽃집 아주머니가 붙여준 별명인데 일본에서 “춘희(椿姬)”라고 번역하여 그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옮겨오게 된 것이다. 뒤마의 원작 「춘희」는 “동백꽃을 달고 다니는 아가씨를 의미했다” 이를 일본에서 그렇게 하였다. 동백나무를 쓰바키(椿)라 했으므로 춘희는 곧 동백아가씨를 의미하였다. 쓰바키 히메(椿姬, La Dame aux Camellias)를 기막히게 번역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춘희를 바로 몸 파는 창녀와 동일시하였다. 어쩌면 우리가 무지하여 “동백 아가씨”라는 아름다운 이름대신에 “춘희”를 창녀와 동일시 한 것이다. 이는 분명 문학번역의 오역이다.
한 그루 애기동백이 공원에서 숲 이루어 꽃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02009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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