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야싯골공원의 흰나비 이영백
나무 데크 길을 올라서자말자 야싯골공원의 흙길로 빠져 걸었다. 그대로 쭉 올라가지 않고 왠지 고부라 쳐서 오른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곳은 예전에 사람이 살던 집터였다. 집 주변에는 뽕나무, 감나무, 대추나무들이 번갈아 나타난다. 마치 내가 시골서 아버지가 손수 지은 초가집에 네 번째 살았던 생나무울타리 집이 생각났다. 성목들로 이루어진 숲속이다. 가득히 풀밭이 보이고 팔랑팔랑 거리며 날아다니는 하얀 점 하나가 움직이었다. 사진 찍어 무엇인가 포착하려니 잠시도 그냥 가만있지 않아 무딘 나의 손재간으로는 사진 촬영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하기는 찍어봤자 원경의 풀밭 속에 하얀 점 하나가 어디 그 장면을 돋나 보이질 않고 말 것이다. 그 하얀 점 하나는 바로 아주 작은 흰나비였다. 초교 저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나비야” 라는 동요가 생각났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나라…(솔미미 파레레 도레미파 솔솔솔… )”어린 날에 이 동요를 얼마나 많이도 불러댔든가? 그러나 이 원곡은 우리나라 곡이 아니었다. 독일 동요로 전해 내려왔던 곡으로 일제침략기 때 독일에서 일본을 거쳐 우리에게 들어와 정착된 곡이었다. 나비는 고양이의 애칭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나비는 “순수 곤충”으로서의 나비인 것이다. 나비는 우리들에게 “희망”과 “꿈”을 준다. 일본에서도 곡은 같지만 가사는 조금 어긋난다. 일본에서는 남자의 독특한 바람기로 유곽의 여자들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네 아비는 이런 아버지였다.”고 나비에 비유하여 동요로 들려주었다고 한다. 일본 여인네들은 참 무섭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이 되었어도 “나비”에 관한 그림이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 지금 어떤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하여도 아직까지는 희망과 꿈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런 행복한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는데 나도 그럴까? 야싯골공원에 올라 팔랑팔랑, 살랑살랑, 덩실덩실, 재잘재잘 거리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산다는 것에 아직도 희망과 꿈꾸는 젉은이다. (20200825.화. 七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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