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산문 |
787. 버르르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시골 정지 간에 쪼구려 앉아 아버지 불을 지핀다.
솥뚜껑도 열어젖힌 상태에서 물만 끓인다.
어머니가 집에 일찍 들어오지 않는 날, 아버지 솥에 물만 자꾸 끓인다.
“아버지 왜 솥에 물만 끓여요. 배고픈데 밥을 하지.”
“밥은 엄마가 하겠지. 물 버르르* 끓여 두면 엄마 와서 빨리 하겠지.”
나는 속이 좁다. 몸피도 적으니까 속이 좁겠지.
아니 작은 일에도 잘 삐치는 속 좁은 아이였다.
어렸을 때 어긋난 일을 보면 곧잘 버르르 하였지.
들판에 일하다 보면 어둠이 내리는 것을 잊어버리고,
일을 하다 보면 소피보는 것도 제 때 못했네.
어둠이 내린 들판에 누가 있으랴!
급한 김에 소피를 보면 추위가 다가오는 것처럼
몸이 자기도 모르게 버르르 떨고 만다.
시골 일은 해도 해도 참 그렇다.
시작하면 끝이 좀 채로 나지 않는다.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 보고 일만 한다.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불 켜지 않은 어둠이 내린 부엌에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고 불쏘시개로
얇은 나뭇개비를 쌓아서 불을 지핀다.
어찌 그리도 어둠 속에서 불이 바르르 피어서, 마침내 버르르 피어오른다.
(청림/20100. 20150318.)
*버르르 : (부) ①많은 물이 넓게 퍼져 갑자기 끓어오르는 모양. 또 그 소리. ②속이 좁은 사람이 대수롭지 않은 일에 갑자기 성을 내는 모양. ③추워서 갑자기 몸을 떠는 모양. ④얇은 종이나 펴 놓은 나뭇개비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모양. >바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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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초·중등교육10년) ●교육행정가(대학행정27년), ●보학가(보학통론 편저), ●수필가 |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전)모포/내북/감포/하강 초교 교사-괘릉초교 연구주임교사 전)대구밀알실업중·고등학교 국어교사(자원봉사) 전)영남이공대학교 기획·홍보과장(참사), 교무과장(부참여) 역임 전)영남이공대학교 평생교육원 초청강사 현) e 이야기와 도시 대표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사)대구여성단체협의회 제1회 서간문공모전 최우수상 수상(2003년 7월) ●대구광역시 수성문화원 제3회 고모령효축제공모전 입선(2011년 10월) ●월간 한비문학(통권80호)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수상(2012년 8월) ●한비문학 제6회 한비신인대상 수필부문 수상(2012년 12월) ●LH-여성동아 공동에세이공모전 동상 수상(2013년 1월) ●매일신문 매일주간 지상백일장 수필 - 8회 게재 ①대보름달/ ②고교 동기회/ ③사진첩으로 맺어진 결혼/ ④위험한 에스컬레이터/ ⑤백두산 등척기/ ⑥어떤 만남/ ⑦헐티재 가는 길/ ⑧미영 베 ●매일신문 백열등의 추억- 수필“백열등으로 사과도둑 쫓기” 게재 (20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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