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
265. 고뿔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고등학교 2학년 때
으스스하게 추운 늦가을을 맞아
독감으로 인하여 학생 여럿이 콜록거리고 있노라니,
영어 선생님이 들어 오셔서 왈,
독감을 인플루엔자influenza라고 하시면서
독감을 한자로 쓰시려는데 갑자기 독毒자를 잊어버리시고,
뒷글자인 감感자만 쓰고 있는 찰나에
선생님 독毒자는 ‘임금 주主 밑에 어미 모母자’입니다.
그래, 그래. 방금 말한 학생 누구지?
나를 확인하고서는
아이고, 그래. 선비가 찰 한寒자를 잊어버릴 때도 있단다.
그런데 독감이 한자말보다는
우리말 고뿔*이 있는데 말이다.
어려서 자주 듣던 말은 독감도 감기도 아닌
고뿔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사람들이 점점 우리말을 쓰지 아니하네.
고뿔보다 감기, 감기보다 독감이라는 말이,
독감보다는 또 인플루엔자라는 말이,
언어의 늬앙스가 달리 느껴지는 것은
웬일일까?
이제 곧 추위가 올 텐데 금년에도 고뿔 안 걸리고 잘 넘어 가려나?
(푸른 숲/20100. 20131002.)
*고뿔 : 감기(感氣)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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