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
217. 거적자리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어릴 적 우리 집은 생나무 울타리로 가득했다네.
북편 키 큰 버드나무, 남편 감나무, 동편 뽕나무, 서편 오동나무.
사랑채 지붕 위에는 새하얀 박꽃이 피고,
뽕나무 곁에는 가죽나무가 숲을 만들어 주고,
마당에 놓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거적자리*.
거적자리에 앉은 사람들.
여름철 무전여행 온 대학생도 앉고,
덩달아 하루밤 신세 지는 두세 명의 과객過客들도 앉고,
하루 종일 일만 한 큰·중·작은 머슴도 앉고,
거적자리 둘레로 소반을 놓고,
회의장 같은 저녁 만찬자리, 거적자리.
셋째누이, 엄마, 셋째형수도 저녁 만찬에 초대 되었네.
우뚝 거적자리에 앉은 주인장 아버지.
밥 반주 한 잔 놓고, 일장연설 한다네.
금년 한해旱害도 이기고 제발
농사 잘되어 달라고.
기원하는 사이 개밥별이 뜨고, 삽살개가 초승달 보고 짖는다.
은하수는 오목한 우리 집 마당 하늘 위에다 뻗치네.
저녁을 마친 거적자리에서는 저절로 뒤로 누워
은하수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석을 본다네.
거적자리는 시골에서 가장 편리한 자리네.
(푸른 숲/20100. 20130815. 제68주년 광복절에)
*거적 : ①짚을 두툼하게 엮거나, 새끼로 날을 하여 짚으로 쳐서 자리처럼 만든 물건. ②↗섬거적.(=섬을 엮거나 뜯어낸 거적.)
*거적자리 : 거적을 깔아 놓은 자리. 자리로 쓰는 거적.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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