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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217.거적자리

신작 시

217. 거적자리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어릴 적 우리 집은 생나무 울타리로 가득했다네.

북편 키 큰 버드나무, 남편 감나무, 동편 뽕나무, 서편 오동나무.

 

사랑채 지붕 위에는 새하얀 박꽃이 피고,

뽕나무 곁에는 가죽나무가 숲을 만들어 주고,

마당에 놓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거적자리*.

 

거적자리에 앉은 사람들.

여름철 무전여행 온 대학생도 앉고,

덩달아 하루밤 신세 지는 두세 명의 과객過客들도 앉고,

하루 종일 일만 한 큰·중·작은 머슴도 앉고,

거적자리 둘레로 소반을 놓고,

회의장 같은 저녁 만찬자리, 거적자리.

셋째누이, 엄마, 셋째형수도 저녁 만찬에 초대 되었네.

우뚝 거적자리에 앉은 주인장 아버지.

밥 반주 한 잔 놓고, 일장연설 한다네.

금년 한해旱害도 이기고 제발

농사 잘되어 달라고.

기원하는 사이 개밥별이 뜨고, 삽살개가 초승달 보고 짖는다.

은하수는 오목한 우리 집 마당 하늘 위에다 뻗치네.

 

저녁을 마친 거적자리에서는 저절로 뒤로 누워

은하수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석을 본다네.

거적자리는 시골에서 가장 편리한 자리네.

 

(푸른 숲/20100. 20130815. 제68주년 광복절에)

*거적 : ①짚을 두툼하게 엮거나, 새끼로 날을 하여 짚으로 쳐서 자리처럼 만든 물건. ②↗섬거적.(=섬을 엮거나 뜯어낸 거적.)

*거적자리 : 거적을 깔아 놓은 자리. 자리로 쓰는 거적.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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