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110.간난

신작 시

110. 간난艱難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태어나는 날 부터 간난艱難*의 세월이었다.

임신 중 엄마의 건강이 자식의 건강일 텐데

마흔넷에 마마를 앓으면서

내가 태어났다.

 

기축己丑년 6·25 딱 한 해 전

내 인생의 출발점이었다.

태어나 젖 물림부터 모자라

큰 형수에게 빌렸다.

 

먹는 것은 고사하고, 배내옷도 물려받았다.

형 넷, 누이 다섯 내가 열 번째라.

배고파 울어도 소리쳐도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다.

울어도 소리쳐도 그저 자장가일 뿐이다.

 

윗옷 한 벌 걸치면 온 들판으로 다닌다.

그런데 편리할 적도 있었다.

용변이 아주 쉬웠다.

아랫바지도 팬티, 양말도 없다.

윗옷 하나 걸친 논밭의 허수아비일 뿐이다.

 

간난의 세월은

처참하게 모질게도 길고 긴

여름장마 날 같이 길었다.

(푸른 숲/20100. 20130429.)

------

*간난艱難 : ①힘들고 고생이 됨. ② →가난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