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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

[스크랩] 제6회 한비작가상/신인대상/작품상-작품, 심사평

<제6회 한비작가상>

 

 

-김운기 시인-

충남 서산 생. 서울대 졸업. 동단건축(주) 대표이사

한국문인협회, 한비문학회 회원

시 집 ‘그대에게’ ‘슬픈 바라나시’ ‘49일’

시선집 ‘꽃비’ 칼럼집 ‘한단지보’

 

 

<수상 소감>

 

오랜만에 고향옛집을 들여다보았다.
 사랑채에는 할아버지의 존재감을 알리는 헛기침소리가 가끔씩 들리고 화롯불을 돋우는 할머니의 손에는 옛날이야기가 한 움큼 들려져 있다.
 꾀부리지 않는 나귀와 수염이 근사한 염소우리가 있고, 일없이 마당을 헤집어 놓던 닭들이 있다.  내 문학의 갈증을 목축임 해주던 우물도 있다.
 생각만으로도 코끝이 시큰해지는 그리운 풍경들이다.  눈 쌓인 겨울이면 산 꿩이 내려와 서성거리던 텃밭에 지금은 쑥부쟁이 풀만 무성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내 문학의 밭을 보는듯하다.  기라성 같은 문단의 틈새로 쑥부쟁이 닮은 시 한 묶음 꺾어 내보였다.  이 보잘것없는 역량에 저울추를 얹어주신 심사위원들께 오히려 민망할 뿐이다.  여름이 되면, 풀 향기 자욱한 모깃불을 피울 수 있도록 이 쑥부쟁이 풀들을 잘 가름해 두라는 요구로 받고자 한다. 

 

 

<작품>

 

 

축 제

 

마른멸치처럼 허리 굽은

아흔 살의 마을 어른이 떠났다

물수제비뜨듯

쉼 없이 물위를 달려온 곤한 삶이

이제야 땅에 닿았다.

휘영청한 잔칫집에 초대된

초로初老시절에 찍은 영정사진이

국화더미 속에서 걸어 나와

손님을 맞는다.

 

완주한 생의 승자를 태운

꽃상여가 간다.

어~허이 어~하,

소리꾼은 축복의 노래를 부르고

상여꾼들은 헹가래를 치며

꽃상여는 하늘로 향한다.

등짐을 내려놓고

편히 수평으로 누운 육신

이제는 아침이 오지 않아도 두려울 것이 없다.

평생을 흙에서

직립이기를 거부하며 살아온 일생을

꽃씨 심듯 흙속에 고이 심는다.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봄이 되면 포릇이 돋아나올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부활의 축제를 위하여

삼가 꽃을 바친다.

 

 

 

망해암 청설모

 

 

용화전 앞뜰 장독대는

여전히 묵언수행중이고

너럭바위 아래

갈참나무 사이로

잘 익은 가을햇살이 스며듭니다.

 

장독대와 공양간 문앞을

오가던 청설모가

등줄기 털을 세우고

앞발을 모아 합장을 합니다.

기침하신 큰스님의

아침공양이 궁금해서

도토리 몇 알 제 입에 먼저 넣지 못했습니다.

 

뗑그렁~

풍경소리에,

잊었던 반야심경 마흔 일곱 번째 경구經句도 생각났습니다.

 

 

 

처 음

 

 

아무런

약속도 없이

아무런 기별도 없이

내게로 와서

아주 오래전에 심었던 듯이

뜰 깊은 곳에 심어진

백작약白灼藥 한그루

 

화려하지도 않고

비겁하지도 않은

만져서

내 것인가 확인하지 않아도

내게는

다 보이는 그대

 

누가 밉다하면 화날 것 같은,

누가 예쁘다 하면 질투날 것 같은.

 

 

 

<심사평>

 

 한비문학 작가상은 올해 6회를 맞아 그동안 많은 시인이 관심을 가지는 문학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90편의 작품 18명의 시인이 공모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많은 시인이 공모한 만큼 그 작품의 수준 또한 훌륭하여 심사위원들의 많은 시간을 공들여 심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어느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여도 무리가 없었으나 최종적으로 기초가 탄탄하고 대상의 시적 승화를 훌륭하게 이루어낸 김운기 시인을 선정하기로 하였다.

김운기의 작품들을 보면서 시의 기초가 잘되어있는 시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시에는 삶의 애환이 묻어나온다. 그의 시를 읽으면 평을 쓴 적이 있었지만 그때의 시편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49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쓴 것이기에 시적 승화의 부분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의 시들은 아주 잘 정제된 가을 이슬이나 산골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보는 깨끗함이 우선 눈에 띈다.


마른멸치처럼 허리 굽은
아흔 살의 마을 어른이 떠났다
물수제비뜨듯
쉼 없이 물위를 달려온 곤한 삶이
이제야 땅에 닿았다.
휘영청한 잔칫집에 초대된
초로初老시절에 찍은 영정사진이
국화더미 속에서 걸어 나와
손님을 맞는다.

                       ---“축 제” 부분


임종의 순간을 축제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겸손함과 정갈함이 보인다. 결정적으로 따스한 가슴을 가진 시인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아무런 기별도 없이
내게로 와서
아주 오래전에 심었던 듯이
뜰 깊은 곳에 심어진
백작약白灼藥 한그루


화려하지도 않고
비겁하지도 않은
만져서
내 것인가 확인하지 않아도
내게는
다 보이는 그대


누가 밉다하면 화날 것 같은,
누가 예쁘다 하면 질투날 것 같은.


                              ---“처 음”전문


아내에 대해 누가 이만큼 정겹게 또 애틋하게 쓸 수 있겠는가 이렇게 볼 때 우리 심사위원들은 김운기를 이번 한비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같이 마음을 모았다.

 

                                                                      -서정윤(시인)-

 

 


 

<제6회 한비신인대상>

 

-시 부문 : 최대락 시인

-수필 부문 : 이영백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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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한비 신인대상>-시 부문

 

-최대락 시인-

월간 한비문학 시 부문 신인상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시인과 사색 동인

 

 

 

 

 

<수상 소감 >

 

처음에는 그냥 글만 쓰고 싶었습니다.
외롭고 힘들 때는 무조건 책을 읽고 허전함 메우기 위해 책으로 대리 만족을 했습니다.
항상 꿈을 꾸지만 세상 속에서 나는 늘 낯설고 어설픈 모습으로 시를 쓰려고 합니다.
그것은 시의 창작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함이랍니다.
그리고 아직 소녀티가 남아 있는 어린 숙녀가 처음 하이힐을 신고 가는 그런 모습은 좀 어색하고 불안하지만 시간이 흘러 가을바람이 하나 둘씩 빠져나갈 때쯤이면 어느새 당당하고 우아한 자태로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것처럼 역시 걸어도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은 이 길에서 혼자서 저 물도록 평생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시를 쓰는 동안 계속 나를 드러내고 소통하고 싶다는 욕망과 수많은 글자 뒤로 어떤 때는 숨어버리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이제는 그 욕망과 줄다리기는 계속 할 것입니다.
한해가 마무리되는 올 임진년 좋게 마무리돼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에게 과분한 상을 수상하게 됨을 한비문학 관계되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더욱더 노력하는 문인으로서 긍지를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품>

 

가을빛을 찾아서

 

 

가을이 깊어가는 그윽한 아침

작은 구슬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살며시 흔들어대던 이슬방울은

하얗게 부서지는 기억 속에서

몸부림을 친다.

 

아침바람에 나부끼는 목이 긴 잡초

잠시 그 곁에 머물렀던 은구슬

이제는 떠나야 할 지금

쓸쓸한 가슴을 안고

저물어가는 가을 길목에 서서

아쉬움을 달래본다.

 

 

10월의 마지막 날

 

너의 사고소식을 아는 분을 통해 들었을 때

그 땐 너의 사진을 차마 볼 수가 없었어,

그리고 내 두 눈엔 눈물이 맺혀 있어

더 이상 볼 수가 없었어,

솔솔 피어오르는 하얀 꿈. 파란 꿈.

순간 스쳐갈 때

난 그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그 땐 눈가에 아픔이 아른거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우정을 변치 말자고 늘 강조 하던 너

마지막으로 너를 만나고 떠난 그때가 10월의 마지막 날

한창 젊은 나이에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그곳으로 가버린 너

가로수 은행나무 단풍이 만발하던 그때

기억하기 싫은 그날 다가오는구나.

보고 싶구나. 친구야!

 

 

기도

 

아름드리 느티나무 둘레에

새끼줄로 칭칭 동여매고

그 사이에 빨간. 노란. 하얀. 파란. 조각 천으로

군데군데 묶어놓고

깨끗한 볏집으로 열십자로 놓은 다음

몇 가지 음식과 과일 정한수 떠놓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기도하던 우리 할매

우리 자손 잘되고

부디 장손을 보게 달라고 하시던 우리 할매

엊그제 고향, 살구장 밭머리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세월의 무상함을 다 이기고

햇살이 빛을 가리는 이 가을 그늘 아래

조그맣고 예쁜 돌이 반쯤 묻혀있어

저기에 앉아서 기도하시던 우리 할매

할매 소원대로 장손도 보고 자손도 번창하였고

십수 년이 흘렀는데도 우리 할매 눈이 선하다.

 

 

<심사평>

 

한비 신인 대상을 뽑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다.
신인으로 등단한 시인들 중에 가장 뛰어난 신인을 뽑으라는 말이긴 한데 신인으로 등단하게 되었으면 나름대로 심사위원께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뽑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 중에 최고를 뽑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프로 야구나 프로 축구처럼 객관적인 성적이 나와 있어서 그것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이견이 없겠으나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뽑는 시라는 정신세계를 언어로 표현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는 정신세계를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또한 예술의 특성을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예술의 특성은 아름다움이다. 그렇다면 시는 정신세계를 언어로 표현하면서 아름다움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대락의 작품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이 정도면 언어의 몇 가지 조합으로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에 그를 뽑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아침바람에 나부끼는 목이 긴 잡초
잠시 그 곁에 머물렀던 은구슬
이제는 떠나야 할 지금
쓸쓸한 가슴을 안고
저물어가는 가을 길목에 서서
아쉬움을 달래본다.

                              ---“가을빛을 찾아서”부분


그의 시편들 중에서 ‘10월의 마지막 날’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토로가 보이고, 소화되지 않은 경험의 줄기가 거칠게 일어서고 있으며 또 ‘기도’에서는 할머니가 정화수 앞에서 빌고 있는 모습이 상식의 선을 벗어나지 못한 채 흥건하게 퍼지려 앉은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가을빛......’에서 보여주는 선명함으로 봤을 때 신인들 중에서는 으뜸으로 뽑자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서정윤(시인)

 


<제6회 한비 신인대상>-수필 부문

 

-이영백 수필가-

월간 한비문학 수필 부문 신인상. 한국한비문학회원. 시인과 사색 동인

경주고등학교 졸업. 대구교육대학 졸업.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졸업(文學士)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敎育學碩士)

경력 모포·내북·감포·괘릉·하강초교 교사. 영남이공대학 기획홍보과장, 교무과장 역임

대구밀알실업중고등학교 교사(國語)-자원봉사

논문  택리지에 나타난 가거지의 입지와 분포. 김동리 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양상연구

현재  이야기와 도시 대표

저서·발명 전문대학 행정직원 길잡이. 대학생활설계(共著), 보학통론Ⅰ·Ⅱ, 오목렌즈.自動視力檢査機 발명.

수상  (사)대구여성단체협의회 제1회 편지공모- “최우수상”수상

            수성문화원 2012 효문예공모 - “입선”

 

<수상소감>

 

2012년 발칙한 생각에서 시작한 문학에로의 길이 “수필”로 이어주면서 제80회 한비문학상 신인(2012년 8월)으로 등단한지 겨우 두 달에 다가서면서“제6회 한비 신인대상”에 선정되었다는 것은 마치 소낙비 같은 시원한 김 영태회장님의 전화 통지를 받고서 무어라 형언할 수 없어 어떻게 감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무딘 재주로 “글을 흩어 뿌린다(散文).”는 것은 결코 바라지도, 미리 될 것으로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말입니다.

지난 어린 날 나의 고향 경주불국사 남천 시래(時來)거랑에 깊이 파묻어 두었던 이야기 파편(破片)을 찾아 나섰던 것에서 출발합니다. “내 고향이 그리운 것은”이라는 제목으로 8월 염천 우거(寓居)에서 더위를 먹어 가며 첫 수필집 원고를 저장하여 두었던 그 글 창고에서 체 쳐 골라내었던 것인데 이런 뜻밖의 수상소식을 받게 되어 너무 기쁠 뿐입니다.

한비문학회를 통하여 생전 처음으로 시낭송회(詩朗誦會)도 가 보았으며, 남부권 지회에도 첫 나들이를 하여 보았는데 아직 생소한 문학회활동에서 이런 상을 주시다니 그저 황감(惶感)할 뿐입니다. 모두가 한비문학회 회원 여러분들의 고마우신 은혜(恩惠)인가 봅니다.

끝으로 많이 부족한 제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작품>

 

토함산(吐含山)

 

토함산은 토·일요일, 공휴일이 되면 모든 등산 인을 포용하고, 또 동해안의 구름을 모두 머금어서 토해 낸다. 요즘은 등산을 일상처럼 젊은이, 나이든 이, 남·여 모두가 등산(登山)을 좋아한다. 유산소 운동으로 국민체위향상을 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내 고향, 경주 불국사 나의 자랑스러움이 곧 입 밖으로 표출하고 싶어 한다. 나도 정든 직장 퇴직을 하고 대구에 지인(知人)들과 함께 경주 코오롱호텔 마당에 차를 세우고 토함산 등산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지인은 고등학교 체육교사 G이고, 한 분은 기능직으로 퇴직한 K씨고, 또 한 분은 고등학교 문 앞에서 일상 직업을 갖고 있는 H씨 이었다.

“L선생! 와 여기 차 세우라고 하는데……?”

“왜냐고요. 내가 고향 와서 번데기 주름 잡을라 카면 모르던 곳으로 등산 가야 할 거 아잉교?”

“맞다. 맞아. 고향사람이 그걸 모를까? 두고 보라며.”

체육교사 G는 맞장구도 잘 치고 있었다.

“그냥 자동차 타고 불국사를 지나 서른 세 굽이를 돌면 불국사 석굴암 통일대종각 앞 주차장에 가면 토함산을 15분이면 올라간다 아이가, 그러면 너무 싱겁지. 여기 코오롱호텔에 주차 해 두고 그래도 등산이라면 경사도 있고, 4∼50분은 걸어야 토함산 등산 잘 했다는 맛이 나제. 그렇다고 이 나이에 등산 전문가들이 가는 곳으로는 못가고 말이다.”

“그래. 맞네. L선생! 고향 와서 지 맘대로 하이소?”

그러자 이내 H씨가 풀이 죽어 버렸다. 토함산을 오르는 방법이 너 댓 가지나 된다. 처음에 얘기했던 대로 통일대종각 앞에 차 세우고 15분 만에 올라가는 코스, 두 번째로 젊은 힘이 있는 사람들로서 보문 요즘 신라 뉴 밀레니엄파크 곁 보문 삼거리에서 오랜 등산을 하여야 하는 코스가 있고, 또 관해동(觀海洞)으로 가서 백년 찻집을 지나 1시간을 등산하여 가파른 곳으로 올라 땀내는 코스하며, 이제 저 멀리 외동 동대봉산에서 산마루로 올라 긴 시간을 등산하는 등산가 코스가 있고, 이제 우리가 올라가려는 코스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코스다.

바로 코롱호텔 좌측 뒷동네를 따라 마동(馬洞) 탑골마을 곁으로 지긋이 올라가는 코스(2.3km)다. 물론 여기도 사람들이 일부는 등산을 하여서 길이 나 있다. 나도 고향에 와서 남이 잘 다니지 않는 코스를 택해야 고향 사는 보너스라도 드릴 수 있지 않나 생각해서이다.

요즘 시대가 시대인 만치 등산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로 바뀌고 있다. 나도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웃과 동료를 잘 만나서 1주일에 한 번 정도 이렇게 대구, 청도, 경주근교의 산으로 등반을 하고 있지 아니한가? 벌써 등산을 다닌 지도 몇 년이 되고 본다. 단석산, 오봉산, 도덕산, 자옥산, 마석산 등을 자주 다녀 보았고, 오늘 고향 토함산을 이제 오른다.

코오롱호텔 뒷길에서 탑골마을 길을 나가자 바로 비탈진 길을 따라 올라간다. 간혹 호로록 쪽쪽 산새가 울고 간다. 저 아래 골짜기에는 낯선 우리가 찾아온다고 산골 물이 모아 모아서 졸졸졸 호절 곤히 노래를 들려준다. 어느 듯 조금 비탈진 길이 끝나고 양편으로 전나무들이 우리를 맞아 주고서 이마에 흘린 땀을 식혀 준다. 언젠가“매미”가 할퀴고 지나간 토함산 얼굴에 이르러 토함산 정상이 바로 앞임을 안다.

송창식의 “토함산에 올라”가 뇌를 스친다. “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속에 품었어라 세월도 아픔도 품어버렸어라. 터져 부서질 듯 미소 짓는 임의 얼굴에도 천년의 풍파세월 담겼어라. 임들의 하신 양 가슴속에 사무쳐서 좋았어라. 아하.”

이제 바야흐로 무르익은 봄, 등산 철에 토함산 정상에는 온통 붉고, 푸른 등산객들이 꽃을 피운다. 국립공원 토함산 745m 정상 표지석이 보이고 군데군데 안내 표지와 시비(詩碑)가 설치되어 있다. 내가 어려서 등산하지 못했었지만, 고향 집에서 치어다보던 이곳이 바로 체전행사 때마다 성화(聖火)를 채화하던 곳이 아니던가. 그래 늦었지만 나의 고향 토함산에 이제 올라 보았다. 상쾌하였다. 만세다. 나이 예순에 몇을 보태어 늦었지만 이제라도 고향 산, 토함산을 찾았으니 얼마나 감개무량한가?

치어다보다가 내려다보니 내가 세상을 모두 얻은 듯하다. 보라! 저기가 동해남부선 불국사 기차역이 아닌가? 곁에 길쭉하니 동그마니 학교 체육관이 보이는 곳이 내가 교육대학 다닐 때 아랫마을 사람들 모아 놓고 갈매 땅 채소밭을 돈 더 드리겠다고 사정하여 유치한 경주여자정보고등학교가 아니든가? 이 지역에 기여한 경주법주 공장! 만석꾼이 사는 수봉정(秀峯亭), 연꽃이 많다고 해서 “연꽃 못”이 있는 온천호텔, 아사달(阿斯達)과 아사녀(阿斯女)가 영원히 만나지 못하여서 영원불멸의 기념탑이 있는 구정 광장, 어릴 때 장날의 추억이 서린 불국사공설시장도 보이지 아니한가. 내가 다녔던 불국사초등학교, 도랑 건너 불국중학 등 하나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맑은 날 토함산에서 내려다 볼 수가 있다니?

토함산 정상에서 쾌재를 불러 본다. 어린 날 마음대로 되지 않아 이 산을 쳐다보고 원망도 하였고, 성공하였을 때는 이 산을 보고 기뻐도 하였다. 내 이제 연출가가 되어서 경주분지에 자연 극장을 짓고, 이 토함산을 배경으로 하여 대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동해남부선 기찻길을 걷어내어 천년 신라의 불국사 무영탑(無影塔)을 연출하고 싶다.

 

 

<심사평>

 

 

의인화 기법과 인간적 성취  -이영백 수필 <토함산>론

 

                                                                         하 길 남<수필가, 문학평론가>

 

한비문학 신인대상이 6회째를 맞아 문학상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것에 연관이 있는 것인지 이번 7회의 공모작은 어느 해보다 작품의 수준이 탁월하여 심사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의 심사가 손쉽게 끝나면 그 노동의 빠른 해방으로 기쁜 마음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이 그 편한 마음보다 더욱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심사에 할애하였어도 그 피로감은 좋은 작품을 만난 기쁨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 본심에 오른 3명의 수필가 작품을 놓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으나 최종적으로 이영백 수필가가 보여주는 탁월한 의인화의 수법에 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아깝게 심사에 탈락한 작품들 역시 일정한 수준을 넘는 작품들로 다음의 좋은 기회에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1, 머리말

한비문학 신인대상이 7회째를 맞아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화자의 수필은 사실상 의인화 기법 일색으로 작품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문학에 있어서 의인화는 실감의 보수라는 처지에서 보면, 거의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겠다.
 ‘꽃이 피어있다.’고 말하기보다, ‘꽃이 활짝 웃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실감이 나기 때문이다. ‘푸른 종소리.’라는 비유적 표현과 같이 말이다. 종소리의 여운이 공기를 타고 하늘 높이 울려 퍼지고 있는 형상을 우리는 직접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자는 경주 토함산을 등반하면서 자신의 수필, 그 등반기(登攀記)에서 이러한 의인화 기법을 구사함으로써 작품의 실감을 드높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를 일일이 실례를 들자면 너무 인용이 길어지겠지만, 여기서는 그 중요한 몇 가지만 들어보기로 한다.


   2. 의인화 기법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인화기법은 문학에 있어서 표현의 실감을 더하기 위한 말하자면 실감의 보수(實感의 補修)를 위한 기법이다. 문학은 사실상 실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묘사가 큰 몫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묘사 기법에서 실감을 잃게 되면 그 작품은 성공하기 어렵게 된다. 작가의 필력, 그 문장력이 특히 수필에서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토함산은 토, 일요일이 되면 모든 등산인을 포용하고, 또 동해안의 구름을 모두 머금어서 토해낸다. (1)


       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속에 품었어라 세월도 아픔도 품어버렸어라. 터져 부셔질 듯 미소 짓는 임의 얼굴에도 천년의 풍파 세월 담겼어라. (2)


       토함산 정상에는 온통 붉고, 푸른 등산객들이 꽃을 피운다. (3)

 

 (1)에서 우리는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산을 오르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산이 팔을 벌리고 이들을 끌어안으면서 산과 등산객들은 하나가 된다. 이렇듯 모든 등산객들을 품에 품었다가 다시 되돌려 보내 주는 형상이 흡사, 동해안 그 해안의 기류가 구름을 모두 머금었다가 토해내는 것과 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인간과 자연이 동화가 되어 살아가는 곧 자연의 한 현상으로서의 인간상을 비유해 주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또한 (2)에서 우리는 대자연이 인간과 그 살아온 세월까지 모두 품어서 어루만져주는 자연의 자비한 은총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인간의 아픔까지 품어준다는데 우리는 자못 자연의 원천적 섭리를 새삼 느낀다.
 오늘날 우리가 자연을 무슨 정복해야 할 대상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잘못된 형상을 깨우쳐주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새삼 자연에 대한 자성의 기회를 갖게 된다 하겠다.
 (3)의 경우는 등산객들이 입고 있는 형형색색의 옷들 특히 붉은색과 푸른색 옷들을 입은 모습들을 붉고 푸른 꽃들에 비유하여 꽃이 피었다고 의인화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사실상 인간은 자연의 꽃임이 틀림없다. 자연의 주인공격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신의 모상으로 지어졌다는 말까지 있는 것이 아닌가.

 
   3. 화자의 인간적 성취
이제 화자는 토함산 정상에 올랐다. 그래서 외치고 있다. ‘토함산 정상에서 쾌재를 불러본다.’고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정상 즉 화자의 성취가 이루어진 장면을  여기서 우리는 보게 된다.


       내 이제 연출가가 되어서 경주분지에 자연 극장을 짓고, 이 토함산을 배경으로 하여 대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동해남부선 기찻길을 걷어내어 천년 신라의 불국사 무영탑을 연출하고 싶다.


고 화자의 인간적 성취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감개무량해하고 있다. 어릴 때 추억이 서린 불국사 공설시장도, 화자가 다녔던 불국사 초등학교, 불국중학 등을 내려다보면서 말이다. 토함산 정상 즉 화자의 인간적 정상, 그 성취의 정점이 여기서 연출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보게 된다.
 이 수필을 읽으면서 우리는 덩달아 자신이 성취를 이루어 나가듯 유쾌한 기분에 젖게 된다. 진정 맛과 멋을 겸비한 수작이라 할만하다.


   4. 마무리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자의 수필은 우리 인생살이에 있어서 삶의 규범이 될 만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었다. 토함산 산정에 올라선 화자는 바로 그 산정이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인간적 자기 거점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고, 바로 그 속뜻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와 같이 소박하면서도 우리에게 삶의 희망, 그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수필들이 많이 읽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해가 거듭할수록 더 좋은 수필을 많이 보여줄 것을 기대하면서 이만 필을 놓는다.   

 


 

<제6회 한비작품상>

 

-시 부문 : 한동인 시인, 장흥순 시인, 류금자 시인

-수필 부문 : 마순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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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한비작품상>-시 부문

 

 

-한동인 시인-

월간 한비문학 시 부문 신인상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시인과 사색 동인

 

 

 

 

 

 

<수상 소감>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함께했던 추억과 감성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숱한 삶의 고난이 시를 쓰는데 밑받침이 된  것 같습니다.

조금이나마 맑은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시를 씁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지 일 년밖에 안 되는 신인인 저에게 큰 상을 주신 한비문학에 감사 드립니다.

시냇물이 강물로 흘러가고 강물이 더 넓은 바다로 가듯이 시의 깊이와 무게를 더 하라고 주신 상으로 알고 낮은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부담은 가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겠습니다.

진정한 마음을 담아내는 질 그릇 같은 시인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품>

 

 연꽃 여인

 

 

      진흙 속에 묻힌

      진주 같은 연꽃 여인

 

      인내의 무게로

      물을 견디고

      숨겨져 묻혀있던 여인이여

 

      심연 속 작은 마음 밀어올려

      초록빛 우산 얼굴

      하얀 웃음으로 피워 올린

      하얀 연꽃 여인이여

 

      그대의 웃음에

      발길 멈추지 않을 수 없어

      잠시 그대 바라보며

      눈맞춤 하고 돌아오던

      봉선사 진주 연꽃 여인

      눈에 아슴 아슴

      가슴에 품어 안고 돌아왔네

 

 

 

      잠자리 영혼

 

 

      우주 한 점 공간 속

      맑은 가을 하늘을

      맴도는 잠자리 영혼

      무게 없이 내리기 위해

      멈추지 않는 비행

 

      길이 없는 허공을 맴도는 비행

      욕망의 끈을 놓지 못해

      허공을 맴도는가

      하늘 가는 길이 두려워

      허공을 맴도는가

      혼란스러워 맑은 하늘에서

      비행을 하는 것인가

 

      허공을 맴도는 영혼

      허공에 매달려 사는 삶

      잠자리 인생이 아닌가?

 

 

 

      들기름 짜던 날

 

 

      입 귀 눈

      얼굴도 색깔도 없는 못난이

 

      진실을 보여 주겠다며

      뜨거운 불가마 속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가마솥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흔들리다 못해

      불춤 절정에 오른다

      내 몸과 맘

      익을 대로 익었다며

      가마 솥에서 탈출

 

      껍데기 훌훌 벗어 버리고

      심장의 피

      술술 쏟아낸다

 

      심장의 피 나눌 자

      영혼을 나눌 자 찾아가

      밥상에 앉아

      고소한 향기를 나누겠다고

 


<제6회 한비작품상>-시 부문

 

 

-장흥순 시인-

월간한비문학 시 부문 신인상

한국한비문학회회원

월간 한올문학회 회원

화성문인협회회원

생의 미학과 명시에 출품

소쿠리 속의 이야기, 동행 등 공저

 

 

<수상소감>

 

작년 6월 신인당선작 소감에서 한비문학 문인 윤리강령을 마음에

새기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함으로 더욱 성숙한 시를 쓰도록 하여

문단의 사회적 기여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지 벌써 한해하고도

육 개월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간에 열심히 나름대로 창작활동을 하여 오던 중 한비작품상 선정

통보를 받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는 생각은 잠시이고 아직은 많이

부족함에 송구스럽습니다.

 

성경 말씀에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욥기8;7)

라고 하였듯이 시작은 부족함이 많았으나 열심히 하여 좋은 작품을

쓰라는 무언의 독려로 알고 배전의 노력으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한비작품상에 선정하여주신 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드리며 월간한비문학의 무궁한 발전과 또한 한국 문단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원합니다.

 

 

 

  <작품>

 

 

가을맞이

 

 

가을은

기다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고

반기는 사람의 것이다.

 

비를 동반한 태풍

과실과 벼의

아품을 딛고

찾아온 가을은 풍요롭다.

 

청명한 높은 하늘도

선선한 바람도

눈 부신 햇살도

가슴으로 품을 때 느낀다.

 

세월은

이 같은 시련을

감내하며 찾아온

가을을 서둘러 맞이한다.

 

 

코스모스 꽃

 

 

가을 햇살과 함께

하늘하늘 춤추듯

소녀의 꿈과 같은

순정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냘픈 몸매로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고

애정으로 감싸며 웃어준다.

 

이슬 한 방울에도

힘에 겨워 버티며

밤새워 기다림에

찾아온 아침 햇살에 반긴다.

 

연분홍 소녀 얼굴에

까닭 없이 그리워지는

해맑은 모습 뒤편에

바람부는 가을에 노을이 탄다.

 

 

재활용품

 

 

 버려진 것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화려하게 거듭 태어난다.

 

칼 가위가 오가고

드라이브가 작동하고

페인트 붓이 움직인다.

 

그 고통을 감내하고

새롭게 옛모습 찾으려고

아름답게 거듭 태어난다.

 

버림받았으나

찾아주는 주인 있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모든 재활용품들이여

처음에 사랑받았듯이

보다 많이 사랑 받으리라.

 


<제6회 한비작품상>-시 부문

 

 

 

-류금자 시인-

월간한비문학 시 부문 신인상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시인과 사색 동인

 

 

 

 

<수상소감>

 

쌀쌀한 초겨울 한해를 마무리하려는 마지막 달 야윈 한 장의 달력이 아쉬운 듯 조용히 침묵중입니다.
어린 소녀의 가슴은 항상 자연이 아름답고 시를 쓰고 싶고, 꽃과 나비와도 이야기하고 싶고, 어느 날은 나무하고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때가 있었습니다. 살기 바쁜 젊은 날에도 항상 시를 읽고 쓴다고 긁적 그렸습니다. 어느 날 한번에 발을 딛게 되어 더 넓은 시 밭으로 씨앗이 던져졌습니다.
눈을 떠보니 내가 혼자 쓰던 시는 시라고 말하기에는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평생 써 모은 말을 며칟날에 걸려 모두 깨끗이 없애고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씨앗도 적당한 흙 덮기와 비와 햇볕, 시기에 맞게 잘 가꾸어야 올바르게 성장하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시를 점검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서툴지만 열심히 쓰고, 읽고 나를 돌아보며 보낸 날이 숱하게 흐르고 나자 나의 노력에 격려를 하듯이 한비작품상이라는 커다란 영광이 부끄러운 가슴으로 찾아왔습니다.
아직은 미진한 것이 너무나 많은데 이렇게 큰 상을 주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시의 길을 포기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주시는 것으로 알고 힘 닿는 곳까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여 부끄럽지 않은 시인이 될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작품>

 

실수



고추장 단지 비우던 날 바닥에 갇혀 있던
은 숟가락 고개 내민다 누구의 실수
맵고 짠 그 속에서 나올 수 없던 숟가락
퍼내고 퍼내고 얼마나 흘렀을까
오늘에야 바깥구경 조금도 변함없는 그의 모습
잘 돌봐주지 못했던 누구의 실수일까
오늘부터 할 일을 마음껏 하렴

 

그 땐 몰랐습니다

 

솜털 같은 부모님 사랑 그 땐 몰랐습니다
젊음이 싱그러운 부푼 희망 그 땐 몰랐습니다
부부가 함께 행복했던 그 땐 몰랐습니다
아들 딸이 잘 잘라줄 때 그 땐 몰랐습니다
철들 줄 모르고 한평생 살아온 것 같습니다
아직도 철들 날 안개 속에 싸인 것 같습니다

 

 

 

임자 잃은 신발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임자
이제 그만 지쳐서 가물가물 잊혀 간다
신장 속 한켠에 누워 주름살만 서럽다

 

 

 

<시 부문 심사평>

 

맑고 아름다운 서정시 팬들

 


먼저, 제6회 한비작품상을 수상하게 된 한동인, 장흥순, 류금자 세 시인의 수상을 축하한다. 한비작품상이 제정된 지 어제 같은데 어느덧 6회째나 맞이하였으니 이 상의 무게가 더해가는 것 같다. 이번 제6회 한비작품상 수상자 세 시인은 한국적 통시의 본령을 잘 이해하고 창작했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
이른바 사회 참여시 내지 운동권 경향의 작품 경향을 멀리하고 지양했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순수 본령의 현대 서정시를 잘 빚어냈다는데 심사를 맡은 사람으로 참으로 기쁘고 세 시인의 바람직한 시작 태도가 한국 시 문단의 밝은 앞날을 예약하는 것 같아 든든하다.
한동인 시인의 '연꽃 여인', '잠자리 영혼', '들기름 짜던 날'은 자연의 전착한 서정의 발로로 사용한 시어의 수려함이나 자연을 대하는 시인의 성심이 밝고 곱게 펼쳐져 시를 읽는 재미와 관념의 확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장흥순 시인의 '가을맞이', '코스모스꽃', '재활용품' 역시 자연을 모태로 시인의 눈에 비친 자연의 풍경을 하나의 풍경으로 그려내면서 그 속에 인간의 본성에 해당하는 서정의 아름다움을 가득 버무려 놓았다. 류금자 시인의 '실수', '그 땐 몰랐습니다', '임자 잃은 신발'은 은유와 함축으로 간결하게 관념을 대상으로 기억을 자연으로 만들어 내다. 세 시인이 보여주는 시의 면면은 참 좋은 시, 훌륭한 시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머릿속에 풍성한 그림을 가득 그려지게 한다.
앞으로도 시의 본령을 잘 지키고 좋은 시를 많이 남겨서 한국 문단에 크게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김원중(시인. 한국 문협 고문)-


 

<제6회 한비작품상>-수필 부문

 

-마순연 수필가-

월간 한비문학 수필 부문 신인상

한국한비문학회회원

시인과 사색 동인

 

 

 

 

 

<수상 소감>

 

숲이 헐거워져 나긋이 비켜선 가지 사이로 하얀 구름 하나 뚝 떨어져 마시던 국화차 잔 속에 담겼다.
오, 눈먼 구름!
여긴 경포대가 아니라고 목멘 소리를 해도 잔 속에서 미소만 흘린다.
전화벨이 울렸다.
한비작품상 수필 부문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슴팍에서 쿵 소리가 났다.
작은 종자기에도 담기지 못한 어설픈 글이 상을 받게 되다니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다.
찻잔 속 구름이 빤히 쳐다본다.
문득 여름의 끝자락에서 매미의 울음이 잦아들던 그날 이파리 사이로 번지듯 스며드는 가을을 보았다.
나무는 화려함과 고독과 시련 등을 비우고 이제 명상에 들 것이다 한 줄의 목리문을 완성하려고.
글쓰기도 한 줄의 완성을 위하여 아집과 자만, 때로는 자신마저 내려놓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이제 시작이란 문턱에서 긴 트랙 지치지 않게 함께 달려 줄 한비 문우 여러분'같이 가 주시리라 믿습니다.'
늘 다독여 주시고 챙겨 주시는 이재경 수필 선생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이렇게 큰 상을 주신 한비문학 심사위원님들 감사 드립니다.
부지런히 글쓰기를 하여 여러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작품>

 

무논에 서서
                                                           

  고함 소리에 놀라 개구리 한 마리가 풀숲에서 폴짝 뛰어나왔다. 어떤 아이는 개구리를 잡으러 가고, 놀라서 우는 이도 있었다. 무논에는 얼굴이 하얀 아이들과 어른들이 왁자지껄하며 시끄러웠다. 물방개 한 마리가 소란스런 사이를 뚫고 도망을 갔다. 그걸 잡으러 우르르 몰려갔다.
 전화기에서 아버지의 소집 명령이 내려졌다. 주말에 모내기를 한다고 자식들 집마다 전화를 해서 ‘꼭 아이들 모두를 데려와야 한다고 하였다.
 시골집 거실과 부엌에서 ‘요즘 모내기를 기계로 하지 손으로 심는 집은 없을 거’라며 불평들을 하고 있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아버지께서
 “다른 논들은 기계로 모내기 다 해 놨다,  다만 집 앞에 작은 논 하나만 무논으로 남겨 두었으니  함께 모내기를 하자꾸나.”
 도시의 아파트 안에 갇히고, 학원에 짓눌린 손자들을 위하여 주말만 이라도 자연에서 곤충을 보고, 체험으로 무논에 발도 담가보고, 우리들이 먹는 밥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이었다.  아버지의 속 깊은 배려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무논에는 바쁘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긴 장화를 신고  한쪽에서는  모 싹을 옮겨 주고  논두렁 아래에서부터 모를 심었다. 처음엔 서로 많이 심겠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슬슬 꽁무니를 빼며 어린 동생들에게 거머리가 붙었다고 놀리니, 갈팡질팡 넘어지고 진흙에 빠지고 울며불며 들녘이 시끄러웠다.
 그 옛날 모내기 때가 되면 학교에서는 바쁜 부모님을 도우라며 가정실습을 했었다. 3~4일 정도. 물론 숙제도 없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서 좋았다. 바쁜 모내기 때면 어린 아이들도 가만히 놀지는 못했다. 어머니를 도와 새참도 내가야 하고, 논두렁에 앉아서 모 줄을 넘겨주기도 했다. 그러다 깜빡 잠이라도 들면 무논에 처박혀 온몸에 진흙범벅이 되기도 하였다. 가정실습 둘째 날부터 하기 싫었던 공부가 하고 싶어지고 무서웠던 선생님이 그리워졌다.

 
 무논에는 물방개, 소금쟁이, 올챙이도 알 속에서 꼬무락거리고 있었다. 처음에 무서워서 쭈뼛쭈뼛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그것들을 손으로 잡아서 놀고 있었다. 떡 개구리 한 마리가 논둑에서 펄쩍 뛰어나왔다. 남동생이 잡아서 
 “옛날엔 개구리도 구워서 먹었다”
라고 하였더니  의아해 하며
 “맛있었어요? 그럼 우리도 구워 먹어 봐요.”
라는 당돌함에 모두 놀랐다. 아이들은  환경의 적응이 빠른가 보다. 지금은 개구리를 구워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새참이 왔다. 물김치와 비빔밥이었다. 나물을 먹지 않던 아이들도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밥 맛있지?”
라고 하자 한 아이가
 “할아버지, 제가 심은 건 제 밥이지요, 그러니 저 주셔야 해요.”
라기에 한바탕 크게 웃었다.


 무논은 파란 하늘과 맞닿아 푸르게 변해 가고 있었다. 저 아이들도 무논처럼 가슴 가득 푸르름으로 채워지길 아버지는 논두렁에 서서 보고 계셨다.
 하얗던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석양도 붉게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기계로 반듯하게 심어진 옆의 논에 비해 우리들이 심은 논의 모들은 삐뚤삐뚤 줄이 맞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지의 속 깊은 배려에 감사하고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항상 내가 일등을 해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무논에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해서 무논이 파란 들이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게 아버지의 깊은 뜻이었을 것이다. 무논에 서서 아버지의 마음을 느껴본다.

 

 

<심사평>

 

자연과의 동화, 그 협동정신의 실천 -마순연 수필 <무논에 서서>론

 

 

하 길 남<수필가, 문학평론가> 


 월간 한비문학에서 수상하는 한비작품상은 월간 한비문학에 지난 일 년간 발표한 작품을 대상으로 우수작을 선정하여 수상하는 문학상으로 그 작업은 참으로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한다. 작품의 수만 하여도 100편 이상이 넘어가 일일이 읽어보고 대조하여 선정하기에는 참으로 많은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작가의 창작 열의를 돋우고, 축화와 격려를 통하여 창작의 고통과 고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일이라 여기고 지루한 심사의 시간을 견뎌내고, 많은 우수한 작품 중에서 올해에는 마순연 수필가를 작품사의 반열에 올려 놓는다

 

  1, 머리말
이 수필은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이 농촌에 와서 체험한 일들을 적은 작품이다. 앞으로 이러한 수필들뿐 아니라, 농촌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심신을 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오랜 동안 도시에서 살다가 나이가 들어서는 귀농해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래서 자연에 가까이 갈수록 건강해지고, 자연에서 멀어지면 질수록 건강이 나빠진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은 공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적당한 운동과 도시생활에서 빚어지는 경쟁심리, 그 갈등적 현장에서 벗어난 유유자적한 생활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농촌에 와서 생활하면서, 피부병인 아토피를 고쳤다느니, 그 이외 불치의 병들을 고쳤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 것도 결국 좋은 공기와, 공해에 물들지 않은 자연 속에서 오는 복이 아닐까 싶다.  
              

   2. 자연과의 동화
화자는 도시에서의 피로와 자연예찬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1) 도시의 아파트 안에 갇히고, (2) 학원에 짓눌리고. (3) 주말만이라도 자연에서 곤충을 보고, (4) 무논에 발도 담가보고, (5) 우리들이 먹는 밥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보고, (6) 물방개, 소금쟁이, 올챙이들을 잡아보는 것 등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느새 그것들을 손으로 잡아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옛날에는 개구리를 잡아서 구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게 된다. 그 당시 개구리는 사람의 몸에 대단히 좋다는 이야기도 듣곤 했던 기억을 필자도 갖고 있다.
 그런 말을 듣고 우리도 잡아서 구워 먹어보자는 당돌한 이야기까지 하는 것을 듣고 모두 놀라게 된다. 그만큼 아이들은 자연에 잘 적응해 가는 것이 아닌가. 무논에서 아이들은 새참으로 비빔밥을 먹고, 차츰 자연에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바야흐로,


       하얗든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석양도 붉게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기계로 반듯하게 심어진 옆의 논에 비해 우리들이 심은 논의 모들은 삐뚤삐뚤 줄이 맞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지의 속 깊은 배려에 감사하고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항상 내가 일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무논에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해서 무논이 파란 들이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고 화자는 술회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무논에 서서 아버지의 마음을 느껴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자연의 뜻과 부모의 뜻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그야말로 섭리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 아닌가.


   3. 마무리
이 수필을 통하여 우리는 새삼 어렸을 적,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면서, 아름다운 꿈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보게 된다. 동심의 세계는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티 없이 아름다운 세계를 동심의 나라가 아닌 그 어디서 찾아볼 것인가. 그래서 모두들 동심은 곧 천심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고 이은상 시조시인은 고향, 그 동심의 세계를,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갈까 찾아가.’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눈물 없던 때야말로, 진정한 동심의 세계 즉 천국인 까닭이다. 그것을 바꾸어 말한다면, 대자연의 한마당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출처 : 월간 한비문학
글쓴이 : 한비문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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