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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4

(엽서수필 4) 수그사이 환희 96. 두 번째 학교 J교장선생님

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96. 두 번째 학교 J교장선생님

이영백

 

 그렇게 또 새로운 분과 만났다. 둘째학교 정예적 교장선생님! 체구는 자그마하신데 말씀을 재미나게 잘 하신다. 생애 두 번째 근무하던 학교의 J교장선생님이다. 사택은 학교와 동 떨어져 있다. 내가 집을 얻은 곳에서 사잇골목 들어가면 우물가에 앵두나무가 있는 안 집의 사택이다.

 교장선생님 댁을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데 다른 선생님들의 이목도 있다. 꾀를 내었다. 교장선생님은 중등준교사 국어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고향이 초임이었던 지행면(요즘 장기면)의 읍내가 고향이다. 소년이었을 때 동아일보에 기사가 나있다. 장기의 천재소년이다. “성(誠)을 논한 글”로 상을 받으신 분이다. 물론 일본어도 잘 하셨다.

 두 번째로 간 학교에서도 첫해는 4학년을 담임으로 맡았고, 자료업무와 시청각관련 업무도 받았다. 마침 교육청에서 일본어로 된 시청각자료활용 책을 받았다. 그냥은 드나들 수 없으므로 교장선생님에게 시청각활용 책자번역을 의뢰하는 명목으로 드나들었다.

 어느 날 오후 교장선생님은 저녁에 집으로 오라고 하였다. 그날 저녁에는 숙직실을 거치지 않고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저녁 먹고, 교장선생님 댁으로 갔다. 댁에는 과년한 시집 안 간 딸 한 명이 있다.

 일본어 책자 번역을 내놓았다. 미리 준비하여 두었던 백설탕 한 포대기를 들고 가서 번역료로 대신하여 가져 왔다고 하였다. 사모님은 “어찌 이리 좋은 설탕을 가져 왔느냐”고 하며 무척 고마워하였다. 교장선생님의 번역수고비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교장선생님과는 그렇게 통하였다.

 그런 덕분이었는지 몰라도 이듬해 학급담임 발표가 있었다. 6학년 2반 담임을 맡겨 주었다. 6학년 담임하기가 좋다. 단박 1년 만에 6학년 담임을 또 그렇게 맡았다. 그것도 교육대학 선배이고, 포항시내 8년 선에 물러나온 베테랑 선생님과 동 학년이 되었다.

 세상 살면서 학급 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교장, 교감 눈에 들어야만 근무평점을 잘 받을 수 있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이동에도 좋고, 승진에도 유리하다. J교장선생님과는 2년을 같이 근무하다 고향으로 떠났다.

 J교장선생님은 장기면의 인물이다. 나중에 충효당에 방문하여 보니 그러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고마운 J교장선생님!

(20220301. 화. 삼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