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엽서수필 4

(엽서수필 4) 수그사이 환희 12. 동해남부선 따라서

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12. 동해남부선 따라서

이영백

 

 시골에서는 음식 익히기 위해서 장작이나 솔가리, 나뭇잎, 나뭇가지 등으로 사용하였다. 또 증기기관차는 석탄을 연료로 하여 물 끓여 수증기의 힘으로 증기관차 바퀴를 돌린다. 무연탄을 조개모양으로 만들었기에 조개탄(briquet)이라 부른다.

 관광지라서 일찍부터 기차〔1918년 경동선(대구-불국사) 협궤선, 1936년 광궤선〕가 들어왔고, 신작로가 만들어지면서 자동차도 다녔다. 긴 봄날 배고프고 할 일은 많은 데 연료가 부족하다. 산에 나무하러 가는 일보다 기찻길 따라 가면서 흘려둔 조개탄 줍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사람들은 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끝없는 길 따라 나서는 것을 좋아한다. 기찻길 위 레일 두 줄기가 끝없다. 그것은 영원히 만나지 못할 평행선이요, 그 끝은 어디인가? 어린 날 그 기찻길이 늘 궁금하였다.

 처음부터 기찻길에서 조개탄을 주우려고 한 것은 아니다. 기찻길에서 못을 레일 위에 얹어 두었다가 기차가 지나가고 납작해진 못을 찾아 숫돌에 갈아 자루 달면 휴대용 나이프가 된다. 또 심심하여 레일 위를 걷는다. 평균대 균형감각을 스스로 배웠다. 그것도 심심하여 레일 받침목을 헤아리며 걷다가 자갈사이에 조개처럼 동글납작하게 만든 조개탄을 발견한다.

 심심해서 조개탄 몇 개 줍다가 본격적으로 양동이를 철둑 곁에 놓고 주워 모으기 시작한다. 정한 시간에 기차가 올 때가 아닌데 갑자기 기적이 울리고 철마가 달려온다. 급히 철둑 밑으로 내려선다. 울산에서 정유한 기름을 싣고 가는 화물기차 이었다. 임시 화물열차의 길이가 자못 길다. 우리는 다시 레일 위를 걸으며 또 조개탄을 줍는다.

 오후 내내 기차 피하여 레일 위 걸으며 조개탄을 주웠다. 몇 양동이를 주웠다. 수북이 쌓았다. 그 쌓는 재미가 났다. 그렇게 시간 날 때마다 심심하면 조개탄을 주워 모았다. 아이들이 주우니 어른들도 따라 줍는다.

 아버지가 조개탄 무덤을 발견하였다. “조개탄 주워 다 놓았네.” 혹시 꾸중 들을까 봐 대답도 못하고 끙끙 앓고만 있다. 조개탄으로 불 피우라고 하였다. 불 피워 호미, 낫 등 쇠붙이 집어넣어 대장간에서 하는 성냥을 시작한다. 그렇게 두들겼다 담금질 하였다하여 호미나 낫을 벼린다.

 이제 철로 위 걷지 못한다. 간혹 동해남부선 기찻길 따라가는 꿈꾼다.

(20211005. 화. 세계 한인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