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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미늘

(엽서수필 3) 미늘 38. 감자밥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38. 감자밥

이영백

 

 보통 감자의 맛은 아리다고 생각한다. 감자가 아린 것은 3~4월에 감자 싹이 나고 껍질을 덜 벗기면 “솔라닌”으로 독소가 있기 때문이다. 독소제거는 껍질 벗기고 감자를 찌지 말고, 삶아내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시골 살 때 감자밥을 먹었다. 뜨거운 감자밥은 덜 아리나, 식은 밥은 많이 아리게 된다. 껍질을 부지런히 깊게 벗기고, 물에 담가두었다 건져서 보리쌀 넣고 밥을 한다. 풀 때는 으깬다. 그것이 감자밥이다.

 감자 심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을 택하여야 한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니 미리 감자 눈을 남겨두고, 일일이 하나씩 칼로 쪼개고 재를 퍼다 놓고 자른 면에 묻혀 소독을 시켜 놓는다. 마침내 비가 오는 날에 만들어 둔 망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감자씨눈이 하늘 보게 놓고 묻어 준다. 그러면 감자 농사가 시작된다. 씨의 3배 깊이를 흙으로 묻어야 한다.

 시골에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던 시절에 감자밥이라도 먹어야 한다. 보리쌀을 1차 삶아서 푹 펴자 놓았다가 깎은 감자 넣고 밥한다. 밥 지은 후에 일단 뜸들이고 밥 푸기 전에 굵은 감자는 으깨어 퍼야한다. 뜨거운 감자밥은 아리지 않고 느실느실하게 한 보리쌀까지 섞이면 배고플 때 그나마 꿀맛 감자밥이 된다. 그 감자밥이 정녕 꿀맛의 감자밥이다.

 그 예전에 울릉도를 갔다가 태풍 맞아 여비도 떨어지고 울릉도 소재 초등학교마다 찾아들어갔다. 그곳 교장선생님의 배려로 비상연락망을 통하여 두 사람씩 밥 얻어먹으러 다녔다. 1966년 울릉도는 쌀이 없었다. 우스갯소리로 “여기 처자들 시집가기 전까지 쌀 한 말도 못 먹고 시집간다.”라고 하였다. 그때 먹은 울릉도감자밥은 뜨거운 감자밥 얻어먹은 기억으로 배고플 때라 정말 감자밥이라도 꿀맛이었다.

 감자밥, 울릉도에서 그것마저 실컷 얻어먹지 못한 밥이었다. 그러나 울릉도에는 가을감자가 있었다. 뭍에서는 대개 여름감자다. 울릉도에는 쌀이나 보리쌀도 부족하여 거개 주식으로 감자밥이 되었기에 가을감자까지 심었다. 두 번 수확하여 겨울 주식용으로 비축하였던 것이다.

 아리지 않은 감자밥을 먹었다. 또 부식으로 간식용이 적격이다. 먹거리에서는 뜨거운 감자밥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먹거리임에 틀림없다.

(20210425. 일. 법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