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
13. 화분 앞에서
이영백
인생에서 직장으로 인하여 고민을 많이 만들었다. 첫째직업으로는 교사 8년 생활이었다.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떠나 야지’하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되 뇌이었다. 그리고 과감히 버렸다. 둘째직업은 대학 교직원 26년 4개월이었다. ‘모토는 내일 떠날 것처럼 현실은 오늘의 일로 마무리 하였다.’ 정년 3년을 남겨 두고 또 떠났다. 셋째직업은 자유기고가(수필가, 논픽션가)로 이제 ‘떠날 필요가 없었다.’ 세 가지 직업군에서 8년 가르친 제자들이 해마다 스승의 날에 화분을 보내어 준다. 그 화분 앞에 섰다.
일흔셋 삶의 변명에서 미늘에 걸린 나를 화분 하나 앞에 세운 것이다. 초등학교 제자들이 해마다 ‘스승의 날’을 잊지 아니하고 화분을 보내오고 있다. 물론 해마다 받은 그 라벨리본도 쌓인다. “스승님 은혜 감사합니다! 내북초 31회 제자들!”나도 그 화분 앞에서 고개 숙여 감사할 뿐이다.
벌써 여러 해마다 화분을 보내 주었는데 생각해 보니 첫째화분은 “관음죽(觀音竹)”이다. 미세먼지를 제거하는데 좋은 식물이라고 한다. 계절마다 충분한 물을 관수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관리할 줄도 몰라 조마조마하였는데 인터넷을 통하여 그나마 잘 키우고 있다. 간혹 수돗물의 염분으로 잎이 갈색으로 변하면 시간 내어 가위로 다듬어 준다. 관음죽은 꽃이 잘 피지 않는데 어느 날에 꽃피었다. 우리 집에 행운이 찾아왔다.
둘째화분 “난(蘭)”이다. 내자가 물을 적당히 제때 잘 주어서 철따라 난을 즐겨 보고 글을 쓴다. 또 꽃을 피웠다. 신기하였다. 난, 난 꽃을 본다.
셋째화분은 “행운목(幸運木)”이다. 잎이 옥수수 잎과 비슷하다. 그래서 “Corn Plant”라네. 12월에 꽃 핀다. 꽃 피우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먹여서 정성들여야 한다. 그래도 꽃피워 놓으니 저절로 행운이 온다. 향기 진해서 손으로 당겨 맡아본다. 나에게 행운이 찾아오도록 행운목이 있다.
넷째화분은 “산세베리아〔千年欄〕”이다. 음이온방출로 방에서 제일 사랑 받는다. 밤늦게까지 글을 쓰는 데 향이 좋고, 밀샘(단물 샘)이 있다.
다섯째화분 “벵갈 고무나무”이다. 싱그러운 느낌이 좋다. 실내 공기정화를 도맡는다. 제자들이 보내 준 화분 앞에서 고개 숙여 감사한다.
제자들이 보낸 여러 화분 앞에 서면 제자들 함빡 웃는 얼굴이 쏟아진다.
(202103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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