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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 2) 76. 낙엽 지는 공원

40년 만에 시 오른 을뒷산 계룡산

76. 낙엽 지는 공원

이영백

 

 한줄기 바람이 산으로 불어 올린다. 바람은 온도변화에 따라 기압차로 공기의 움직임으로 생성된다. 그 바람에 의해 자연 삼림의 나무들은 저절로 겨울맞이 준비를 한다. 옷 벗을 준비한다. 마치 악동(惡童)같다. 여름에 옷 껴입고, 겨울에 홀라당 벗는다. 낙엽 지고 있는 야시골공원을 이 젉은이도 터벅터벅 걸어 올랐다. 숨차다. 으스스한 바람이 일다.

 202012월 초순이 다 지나면서 가을을 보낸다. 보내는 가을을 글로 그린다. 그 사이에 낙엽 한 잎이 바람 속에 섞이어 나에게로 나뒹군다. 나 잡아 봐라! 이렇게 나르는 낙엽이 가을이다. 잡았다. 가을낙엽을 잡았다.

 벌써 물기라고는 없이 바삭하게 말랐다. 아기 손처럼 벌린 다섯 손가락을 쫙 폈다. 역시 물기가 없다. 힘껏 쥐어버리면 바스라질 것만 같다. 낙엽 손바닥에 얹었다. 가운데에 잎을 유지하려고 굵은 그물맥이 자리하고, 마치 연목처럼 가는 그물맥이 핏줄처럼 벌리어 폈다. 그 낙엽 하나 만들기 위해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그렇게 탄소동화작용을 열심히도 하였나 보다.

 낙엽을 한 잎씩 떨구는 상수리나무 둥치는 그래도 한결 꿋꿋하게 서 있다. 마치 독립운동 하여 조국을 튼튼히 지켜 주듯 함이다. 그렇다. 나무둥치는 잎을 키워 넓은 손바닥을 만들었다. 부지런히 식물운동을 벌여 왕성한 여름 수목을 유지하였다가 이제껏 가을단풍으로 지면서 겨울을 맞이한다. 수피(樹皮)는 수피대로 결처럼 모아 껍질나이테가 되었다. 제 종족을 추운 겨울 지내려면 얼마나 단도리를 잘 하여야 할까? 사람도 아닌 말 못하는 한 그루 나무일뿐인데 활동하는 사람이상의 겨울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나도 겨울을 이 나무둥치처럼 잘 해야겠다.

 하늘 끝으로 보이는 끄트머리에 마지막 잎새가 밤새 울다 지쳐서 이제 몸 전체로 언제 수직 낙하할 것인지 하는 그 순간을 기다린다. 그렇게 많이 달고 있던 잎사귀들은 어느새 바람이 흔드는 힘에 못 이겨 다 떨어지고 하마 마지막 잎새의 두렵고 황당한 처박힘을 기다리는 것은 과히 공포다.

 그 마지막 잎새도 기어이 간밤에 내린 비로 물기가 분리되어 마지막 잎새가 되고 말았다. , 원통하다. 나무둥치여 이제 헤어져야 하는구나.

 낙엽 떨어지는 계룡산 야시골공원에서 마지막 잎새로 몸을 추스른다.

(2020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