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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 2) 73. 숲속 공기에 취하다

 

40년 만에 시 오른 을뒷산 계룡산

73. 숲속 공기에 취하다

이영백

 

 겨울을 시작하다. 2020경자년 121일 시작으로 오늘이 흐른다. 겨울은 동식물들이 추위에 내몰리지만 우리나라는 온대지방에 속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오니 어쩔 수 없이 맞아 주자. 오는 겨울을 함께 맞이하자.

 공기가 차가와지고 몸이 추워진다. 사람들은 옷을 껴입고 몸의 온도를 높이고, 모자 쓰고, 장갑 끼고 따스한 옷을 찾아 입는다. 그러나 나무는 어찌 이리 추워지는 데도 자꾸 옷을 벗고 있는가. 자꾸 누드인 나목(裸木)으로 되어 가고 있는가. 겨울나무는 옷을 벗고, 여름나무는 옷을 입는다.

 대구 계룡산 야시골공원의 나무들이 화가 무척 났나보다. 추운데 자꾸 옷을 벗는다. 말려도, 말려도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러는 시간에도 하나씩 낙엽을 떨군다. 곧 흰 눈이 내릴 텐데 옷을 벗어 던진다. 말려도, 말려도 옷을 자꾸 벗고 만다. 나무들은 껍질이 튼튼하여 아마도 괜찮은 모양이다.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잎사귀들이 마지막 수분을 정지하고, 떨켜에서 하나씩 고별하며 떨군다. 나뭇가지에서 이별한다. 낙엽이 이사 간다. 땅위로, 흙 위로 떨어진다. 마치 인생에서 황혼을 보듯 하다. 비애스럽다. 떨어진 낙엽들로 샛길을 덮는다. 바람이 몰아 길섶으로 내 몰리고 있다. 인간은 북망산(北邙山)을 찾아 간다는데 낙엽도 북망산까지 굴러 갈까?

 사람의 나이에도 낙엽이 들까? 젊고 푸른 나이에서 늙어가면서 노랗고 붉은 나이로 변해갈까? 우리 인간은 저마다 몇 천 년을 끝까지 살듯 하지만 천수(天壽)는 하늘이 정하는 것, 욕심 부릴 수 없는 지극한 자연섭리일 뿐이다. 한 나라의 부자들이 돈이 없어 천수를 마감하였을까? 약이 없어 갔을까? 지옥인들, 천당인들 구분할 줄 몰라 지옥가고, 천당 갔을까? 이 모두가 주어진 자연섭리를 그냥 받아들일 뿐이다. 그냥 나이 먹어 낙엽 되고, 노을이 들 뿐이다. 모아진 시간에 숲속공기를 마음껏 마신다.

 노을은 일정시간에 사라지면 다시 내일의 아침 해가 뜬다. 희망의 아침 해가 뜬다. 그렇게 인간은 희망을 기다리며 평생을 살아왔다. 금년이 어려우면 마치 이튿날 해가 뜨듯 내년의 희망을 바라면서 살아 본다.

 숲속 맑은 공기에 취해 쓸데없는 걱정에 쓸데없는 흰소리를 하고 말았다. 모두가 이 모두가 맑은 숲속공기에 때문에 그랬나 보다. 이것이 행복이다.

(2020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