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다마 계룡산” |
35. 공원에서 만난 사람 1
이영백
서로 비교하였을 때 나이가 많은 사람을 “연장자(年長者)”라고 한다. 도회지 살면서 이런저런 사연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어떨 때는 나보다 나이가 세 살 적은 사람도 만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섯 살 차이가 나는 나이 많은 사람도 만난다.
직장에 근무하였을 때 이런저런 사연으로 다섯 살 많은 연장자를 만나서 등산도 갔고, 일 마치고 곧잘 술집으로 함께 들락거렸다. 그 분은 마치 형처럼 접하고 가족일상사 이야기도 하며 도회지사람 연장자를 알게 되었다.
곧잘 신천 둑 주변에 살면서 내 집까지 걸어와서 만나자고 하였다. 대화하면서 간단하게 몸에 좋다는 끓인 물 한 통 들고 야싯골 공원으로 향하였다. 그 연장자는 등산을 참 잘 하였다. 등산 잘 한다는 말은 발걸음이 가벼워 비탈진 산으로 올라가는데도 숨이 안 차며 그냥 사뿐사뿐 나비처럼 걸어 오르는 대단한 분이었다.
그날도 우연찮게 계룡산 야싯골공원 나무 데크 길을 걸어 올라갔다. 272계단을 모두 헤아려 올라서 저만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일목요연하게 데크 길은 일직선을 이루어 참 편리한 길로 제공되고 있었다.
정상광장 나무 정자에 걸터앉아 연장자와 논하였다.
『동몽선습(童蒙先習)』장유유서(長幼有序)편에 한 문장을 가져 왔다. “十年而長則兄事之하고 五年而長則肩隨之니 長慈幼하며 幼敬長然後하야 無悔少陵長之弊하여 而人道正矣리라.” 즉 “나 보다 열 살이 많으면 형을 섬기는 도리로 섬기고, 다섯 살이 많으면 어깨 폭 정도 뒤쳐져 따라가니, 어른이 어린 사람을 사랑하며 어린 사람이 어른을 공경한 뒤에야 젊은이를 업신여기고 어른을 능멸하는 폐단이 없어져서 사람의 도리가 올바르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야싯골공원에서 어릴 때 배웠던 것을 연장자와 앉아서 한담하였다. 물론 글에서나마 뒤를 돌아 볼 줄 아는 짧은 시간에 한 문장을 더듬으며 연장자와의 만남에 즐거웠고 고마웠다.
하산 길은 대구 KBS방송국 골목으로 향하여 내려갔다. 고마운 글귀에 새로움을 살피며 목로주점에 동동주 한 사발을 내어 목축이고 돌아왔다.
(202009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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