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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2) 31. 공원과 고향사람

“4다마 계룡산

31. 공원과 고향사람

이영백

 

 도심에서는 하늘의 별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산다. 게다가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설고 섣부른 도시생활을 하고 산다. 다른 사람도 그러하였을 것이고 나도 그렇게 한 경험이 있다. 고향을 버리고 나은 삶을 찾아 도시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늘 고향이 그립고 그립다.

검찰청 앞 벤치에서 고향 사람을 우연찮게 만났다.

하이고, L선생 아닌 교?”

예 맞심더. 어디 볼일 있는 교?”

 고향사람 맞는 것은 끝 어미가 , “-자가 붙는 말을 하면 경주 사람이 맞다. 고향 까마귀도 반가운데 하물며 고향사람이야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고향이 있어서 좋다. 고향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도 고교, (교육)대학의 선배로 아는 사이다. 나는 8년하고 교직을 떠났지만 선배님은 교장선생님으로 승진하고 도시로 왔다. 내가 근무하던 곳에 시간강사로도 나왔으며, 간혹 틈 내어 한 잔도 하였던 분이다.

 공원 가는 길목에서 우연찮게 만났다. 나에게 어디 가느냐고 하시기에 야싯골공원 올라간다니까 함께 가자고 하였다. 구두를 신고 계셨다.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따랐다. 공원정상 광장에 잘 지어 놓은 나무 정자에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파먹었다. 그 동안 퇴직하고 무얼 하느냐고 물었다. 하릴없이 컴퓨터 자판기에 새카만 글자만 늘어 말린다고 하였다.

 고향 선배님도 나처럼 키 작은 교장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연히도 자주 만났고 서슴없이 집안 얘기로 꽃 피어갔다. 심지어 여동생이 우리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식에도 찾아 갔다. 선배님 강사경력증명서를 끊으러 와서 술자리까지 만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여동생이 결혼 후 미국에 간호사생활하면서 영문 졸업, 영문 성적증명서를 발급 받으러 와서 호되게 술도 먹은 적이 있었다. 자꾸 생각할수록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고향사람 만나 야싯골공원에서 담화도 하고 다시 만났으니 이 인연도 우연찮다. 도심공원에서 고향사람 만났다. 그곳이 차마 고향이었던 것처럼.

 공원에서 고향사람 만난 것은 백사장에 작은 반지 하나 발견했듯 반갑고 고마웠다. 추석이 다가오니 고향 선산에 성묘라도 하러 가야겠다.

(2020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