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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79. 객귀야 물러가라

79. 객귀야 물러가라

 이영백

 

 셋째 형이 상문 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정신없이 아파하였다. 이를 보던 엄마는 영문을 몰라 하다가 그제야 알아차렸다. 난 사람이 왜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아플까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엄마는 바로 상가에서 따라 온 객귀(客鬼)가 붙었을 것으로 판단하였던 것이다.

 객귀란 무엇인가?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던 귀신을 잡귀라 하였다. 이승과 저승사이에 오도 가도 못하고 남루한 형편의 뜬귀가 되었다. 객귀가 사람의 몸에 침입하면 탈이 나서 갑자기 병을 앓게 된다. 이를 고치려면 발병의 원인인 객귀를 물려야 할 것이다. ‘얼른 다녀오너라. ()할머니 기장댁께 객귀 물려달라고 전해라그래서 바로 모셔왔다. 할머니는 바로 객귀물리기를 실행하였다.

 벌써 해거름이 되었다. 할머니는 가장 먼저 된장국을 준비하라고 하였다. 끓는 냄새가 강하여 부엌에서부터 퍼져 나갔다. 객귀가 살아있을 때 그 맛에 길들여져 군침을 흘린다. 여기에 먹다 남은 밥과 반찬, 나물, 소금, , 숯을 넣었다. 된장국밥은 반드시 바가지에 담아서 객귀에게 먹여야 한다. 그 바가지가 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식칼로 환자의 머리 둘레를 세 번 휘저었다. 이때 갑진년 사월 초이틀 성주  조상을 물리는 것이 아니라 객귀잡신을 물리는데 앉아서 못 먹었다 서서 못 먹었다 말고, 진 눔은 먹고 마른 눔은 싸 가지고 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데 가서 썩 물러나야지. 아니 물러나면 대칼로 목을 지어 형산강에 떨어뜨려 국내, 장내도 못 맡는다.’고 위협적인 주문을 읊었다.

 식칼로 병자의 머리카락을 세 번 뜯어서 바가지에 넣는다. 병자는 침을 바가지에 세 번 뱉었다. 머리카락과 침이 객귀가 침입한 병자의 혼백 또는 병자 자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장할머니는 셋째형 방에서 나와 방안의 불을 껐다. 방문을 !”하고 세차게 닫는다. 부엌칼로 방문에 엑스 자 표시를 서너 차례 긋고, 소금이나 콩  팥 등을 역시 세차게 여러 번 뿌렸다. 왼발로 마당을 세 번 구르되 한 번 구를 적마다 ~세이! ~세이라고 외쳤다.

 마당에서 대문 쪽에 부엌칼을 냅다 던졌다. ‘객귀가 붙어 있으면 아픈 상처 싹 걷어 가고, 이 밤이 가기 전에 저 해가 뜨기 전에 물러서라는 고함을 되풀이한다. 힘차게 던진 칼의 뾰족한 끝 부분이 바깥쪽으로 향하였으니 객귀가 물러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정말 나았다. 신기하다.

(2020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