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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52. 삽살이와 살사리

52. 삽살이와 살사리

 

이영백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개를 키웠다. 개는 집을 비워도 가장 든든한 지킴이다. 어른들이 모두 일하러 나가고 나면 어린 나에게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우리 집 개였다. 시골에서는 나환자들이 스무나 명 이상씩 단체로 동냥을 다녔으며, 형산강 상류 울산, 부산 쪽 국도 다리 밑에 아예 동냥 꾼들이 모여 살았던 시절이었다.

 우리 집에 개 한 마리를 키웠다. 아버지가 집을 잘 지킨다고 이름을 삽살이라고 지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개를 저절로 삽살이라고 불러 주었다. 엄마는 곧잘 워리! 삽살이 어디 갔노?”하면서 우리 집 가족처럼 대 놓고 불렀다. 그러자니 저절로 윗동네까지 우리 집 개 이름이 삽살이인줄 알게 되었다.

 부지런한 삽살이 윗동네 다녀오고부터 배가 불러 와서 임신을 하였다. 그래서 새끼를 낳았다. 아버지 역시 강아지 이름을 붙여 주었다. 작은 놈이 하도 살살거려 대서 이름을 삽살이 아들 살사리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어미 개와 강아지의 이름이 완성되었다. “삽살이 살사리.

 더운 여름이 오면 나 혼자 중보 허리에 목욕을 간다. 삽살이는 나를 따라 마실 나간다. 땡볕 내리쪼이는 보 허리에 맑은 물이 흘러 내려갔다. 일 나갔다오면 땀 흘려서 곧잘 훌러덩 두 가지 옷 벗어 던지고 물에 풍덩 뛰어 들었다. 내가 물에 들어가니까 삽살이도 더웠던지 나를 따라 물에 따라 들어와 헤엄을 잘도 쳐댄다. 아니 개가 헤엄치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정말 개가 헤엄을 쳤다. 그래서 개헤엄도 있구나 여겼다.

 낮에 어른이라고는 없는 집에 우리 집 삽살이 누가 집 앞으로 지나갈라치면 큰 소리로 ~짖어주었다. 아예 근처에 얼씬 거리지 못하도록 해주어 집지키기에 큰 힘이 되었다. 삽살이가 어린 나에게는 지구 지켜주는 독수리오형제처럼 큰 믿음이 갔다.

 저녁 어둠이 내려오면 외양간에 소 몰아넣고, 마당의 놀던 닭들을 홰 놓아 닭장에 불러들인다. 마당에 멍석 깔고 처마에 남폿불 단다. 우리 집 대식구들이 저녁을 먹는다. 이때 귀염둥이 우리 집 강아지인 살사리는 재롱을 시작한다. 큰 머슴이 꼬리에 끈 달아 살사리 그것을 잡으려고 뱅뱅~ 돌다 지쳐 넘어지는 것을 본다. 온 식구들이 웃으며 저녁을 먹는다.

 시골에서 개는 집을 지킨다. 달이 너무 밝아 제 할일 없다고 하면서도 밝은 달 쳐다보며 컹컹~컹컹~ 우렁차게 짖어 외딴집 훈기를 높여 준다.

(20200523. 희귀질환 극복의 날, 윤사월 초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