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산문 |
1772.파광破壙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소 먹이러 산으로 갔다.
들판이나 강둑에도 날이 가물면 풀이 없어서 산골짜기로 소를 몬다.
산골짜기에 소를 올려놓고 입구에서 밀 서리, 콩 서리하면서 논다.
어느새 저녁 답이면 어둑해지고 소가 안 내려오면
어린 마음에 겁이 나서 소를 찾아가면 무덤가에 앉아 기다린다.
무덤을 파 옮긴 옛 자리를 한자로 파광破壙*이라고 한다.
교육대학 RNTC(하사관무관후보생) 4기 후보생이었다.
2년차에 구 50사단으로 입교하여 2년차 공방전훈련을 받았다.
공격조와 방어조가 있는데 나는 방어조이었다.
저녁 어둠속에 방어진지를 구축하러 7부 능선으로 갔다.
산등성이에 2개조를 편성하여 어느 쪽으로 쳐올지 모르고 대기한다.
가지고 온 건빵을 입에서 불리고 공격을 기다린다.
깊은 산 속이라 하늘의 별만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야전삽으로 호를 파 보았지만 쉽게 파 지지를 않았다.
누군가 소리 질렀다.
여기 좋은 호자리가 있으니 이리 오너라.
저절로 구덩이인 호가 파 있었으니 고맙고 은폐하기가 좋았다.
마침내 예광탄이 터지고, 공격조가 반대편 방어조를 공략하였다.
우리는 숨만 죽이고 거총据銃하고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동녘이 밝아 오면서 새벽이 다가왔다.
밤새동안 우리 방어조가 지키고 있었던 자리는 파광이었다.
(청림/20100. 20171209.)
*파광破壙 : ①무덤을 파 옮긴 옛 자리. ②무덤을 옮기기 위해 광중을 파 헤침.
----------------
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숲힐.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
○계명대학교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현) 영남이공대학교 50년사 편찬위원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수필과지성문학회 부회장
●제6회 한비신인 대상 수상(2012년 12월)
●LH ․ 여성동아 공동 에세이 공모전 동상 수상(2013년 1월)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매일신문사 제2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특선 수상(2016년 7월)
●제10회 한비 작가상 수상(2016년 11월)
●DGB 50주년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2017년 9월 20일)
'(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 > 청림·20100의 습작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청림/산문시-ㅍ)1773.파란만장波瀾萬丈 (0) | 2017.12.10 |
---|---|
[스크랩] 한비문학 11. 12월호(통권130호) 가 제본 발간 (0) | 2017.12.09 |
[스크랩] (청림/산문시-ㅍ)1771.파과지년破瓜之年 (0) | 2017.12.08 |
[스크랩] (청림/산문시-ㅍ)1700.파고지破古紙 (0) | 2017.12.07 |
[스크랩] (청림/산문시-ㅍ)1769.파계派系 (0) | 2017.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