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산문 |
1621.찬밥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흔히 ‘찬밥* 더운밥 가리게 되었나.’라고
남의 처지를 곧잘 알아차려 버린다.
지은 지 오래 되어 식은 밥이라 하지만,
식은 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누나 집에서 밥 비는 노릇했던 나의 학창기學窓期 시절.
찬밥신세가 더 무섭고 겁이 났다.
혹시 내가 무엇을 잘못 하였나,
아니면 눈칫밥을 먹고 있지 아니한가를 시시로 느끼곤 하였다.
나의 학창기 시절 아버지의 이상한 교육철학으로
큰 누나 집에서 세 살 터울 생질과 한 방을 쓰면서
내가 공부를 잘하여도 매형에게 미안하였다.
하기 싫어하는 생질 공부도 봐 줘야 하였고,
세 살 차이 외삼촌이라는 손윗사람 처신하기도 어려웠다.
여북하면 꺼럭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 한다고 했지 않은가.
나는 어찌하여 처남 없는 맏사위로
쉰 넷 장모님 돌아가시고 그로부터 서른 두해 장인 모셨다.
나도 비록 봉급을 벌어 왔지만
누구보다 살얼음판 위로 걷고 살았다.
찬밥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찬밥 신세가 겁나게 무서웠다.
어린 날 찬밥신세 면하려고 무던히 신경 쓰면서 살았다.
(청림/20100. 20170710.)
*찬밥 : 지은 지 오래 되어 식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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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숲힐.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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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현) 영남이공대학교 50년사 편찬위원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수필과지성문학회 부회장
●제6회 한비신인 대상 수상(2012년 12월)
●LH ․ 여성동아 공동 에세이 공모전 동상 수상(2013년 1월)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매일신문사 제2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특선 수상(2016년 7월)
●제10회 한비 작가상 수상(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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