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산문 |
1219. 숙맥불변菽麥不辨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작은 아버지, 남루한 옷을 입고서 열심히 일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네.
어린 시절에 작은 아버지와 자주 만났다.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졸업 후 신학문을 못하고 집에 있을 때,
“복아!”
“예.”
“이번 일요일에 벤또 사서 날 따라 갈래”
“예. 일요일 아니라도 맨 날 놀아요. 뭐 하러 요?”
“사방공사 가자. 어른은 밀가루 두 포대기, 아이는 한 포대기.”
“예. 밀가루를 한 포대나 주셔요?”
“그럼.”
나는 그 일요일부터 작은 아버지 따라 괭이와 양은 도시락 들고
사방공사 하러 따라다녔지.
작은 아버지 따라 사방공사 다니니, 매일 전표傳票 한 장씩.
그 전표 한 장이 밀가루 소맥小麥 한 포래.
당시 소맥분 밀가루 한 포대면 250원 이었지.
마석산磨石山 7부 능선에 올라 고랑 파고 잔디, 싸리 씨 뿌리거나
비료 들고 올라가 시비施肥도 하였지.
마치 소풍이나 간 듯 산에서 점심으로 도시락을 함께 먹었지.
마석산 지금은 사방공사가 잘 되어 나무가 그득한 깊은 산이 되었지.
작은 아버지 숙맥불변菽麥不辨*으로 착하디착하게 사시다가
회갑 전 해에 회갑도 못 하시고 돌아가셨지.
작은 아버지와 나의 만남이 그렇게 끝이 났지.
(청림/20100. 20160524.)
*숙맥불변菽麥不辨 : 콩인지 보리인지를 분별 못한다는 뜻으로 어리석고 못산 사람을 이르는 말.
*숙맥菽麥 : ①콩과 보리. ②↗숙맥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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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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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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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야기와 도시 대표
현) 영남이공대학교 50년사 편찬위원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수료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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