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산문 |
1011. 사립짝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도회지에서는 자기 집이나 방에 함부로 못 들어오도록
막아 두는 것이 대문大門이거나, 창호窓戶였다.
시골에서는 잡목의 가지로 엮어 만든 문짝인 사립짝*이 있었다.
사립짝은 흔히 대나무나 사리나무로 엮어서 대문 양쪽에 기둥을 세우고,
삽짝 두 개를 만들어 가운데에 잠글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그 자물쇠가 괴이하였다.
자물쇠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고,
삽짝 중간지점에다 고리를 만들어 철사를 뱅뱅 돌리도록 달아 두고
잠글 때 반대편 고리에 걸어 돌려 두는 것에 불과하였다.
어릴 때 외딴집 우리 집에 밤에 몰래 들어오려면 참 어려웠다.
삽짝 높은 곳 가운데 깡통을 매달아 두어서
삽짝 철사자물쇠를 열려고 하면,
깡통에 굵은 철사가 종처럼 울려서 누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 사랑채에서 불빛을 비추고 ‘누구냐?’ 질문을 한다.
“예, 접니다.”
“밤에 어디 늦게 다니느냐?”
마치 군대에서 암구호 하듯 문어問語와 답어答語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잡목의 가지로 엮어 만든 문짝인 삽짝을 닫아걸어 놓고,
암구호로 사람을 들이고, 나가게 하는 것이 재미났다.
아주 튼튼한 문도 아니면서
누구나 우리 집을 밤에 드나들려면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도
옛날 우리 집을 보호하려는 대단한 방법이기도 하였다.
(청림/20100. 20151029.)
*사립짝 : 잡목의 가지로 엮어 만든 문짝. 경비扃扉. (준)삽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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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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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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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제18기 수료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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