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산문 |
972. 비창鼻瘡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남모르는 고생을 하고 평생 살아간다네.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시작하려면 찾아오는 연례행사로
내 콧속이 헐어서 근지럽기 시작한다네.
요즘은 나잇살 들면서 평소에도 코가 건조하고 무직하게 자주 아파오네.
초교 4학년 때 아버지는 집 앞에서
우리 집 엇 부리기 황소 한 마리로 온갖 농사일을 다 했네.
그 황소는 힘이 세기로 동네에서도 소문이 났다네.
보리밭에 뿌리를 돋우기 위해
끙게에 돌을 얹어 황소가 끌었다네.
아버지 사래는 다니기 좋은데 끝에 와서는 돌이 무거워
리턴하기에 불편하였다네.
마당에서 놀고 있는 나를 불러 끙게에 얹힌 무거운 돌을 내리고,
돌 대신에 나를 앉게 하였네.
끙게 위에 올라 앉아 황소가 끄는 데로 호시를 탔네.
룰~루~랄~라 세상에 이런 호시가 어디 있담?
사래 끝에 와서 빨리 내려야 하는데 내리지 못한 순간에
그만 엇 부리기 황소가 뒷발로 내 콧등을 차버렸네.
가사假死상태가 되어 사랑채로 안기어 왔었네.
엄마가 갖다 준 아까찡기 한 병을 내 얼굴에다 다 들이 부었네.
찬 느낌에 죽어 있다가 이제야 숨이 트였네.
다시 살아났는데 그런 이후로 콧속이 헐어 피가 뭉치네.
콧속이 비창鼻瘡*으로 근지럽기 시작하였네.
비창은 나의 평생 지병이 되었네.
(청림/20100. 20150920.)
*비창鼻瘡 : 콧구멍 속에 나는 부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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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 가운데 위의 사진이 돌을 얹어 끌던 "끙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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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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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제18기 수료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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