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38.ROTC생도 경례받기

신작수필

38. ROTC생도 경례받기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ROTC제도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대학생 중 우수자를 선발하여 2년간의 군사훈련을 거쳐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하는 제도이었다. 그런데 ROTC후보생들이 RNTC하사관후보생을 보면서 경례하는 모습이 왜 그리도 어색한지 모를 일이었다.

 ROTC후보생은 4년제 대학교 재학생으로 성적과 체력우수자를 선발해 2년간 군사교육을 한 뒤 소위로 임관시켜 2년여 동안 장교로 복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자유로운 대학의 캠퍼스에서 그들만의 유니폼을 입고, 마치 군인처럼 행동하는 걸 보고 친구 대학생들은 이물질을 취급하듯 하였다. 그래도 일부 여학생들은 ROTC후보생들의 제복과 절도 있는 모습에 반하기도 했다.

 미국은 육군에서 1916년에 제정된 국방법國防法에 따라 처음 실시되었고, 우리나라는 1961년 초급장교 양성으로 군사교육을 주로 받고, 방학기간에 학생중앙군사학교에 입영해 장교 역할을 하는데 필요한 실습위주의 훈련을 받았다. 특히 ROTC는 다양한 장학금 혜택을 받는 데다 입대 후 일반 사병보다 복무기간이 짧았으며, 전역 후에는 일반 입대자보다 취업에도 다소 유리하였다. 1963년 2월 20일 대한민국 ROTC 1기생 2,642명이 처음 소위로 임관된 날이다. 이후 매년 많은 ROTC인재가 배출되었다.

 1971년 RNTC훈병으로 입영훈련도 마치고 2년차로 진급하였다. 물론 군 시설에서 실습과 훈련을 한 우리들로서는 한층 성숙하게 되었다.

 2년차가 되면서 훈련시간은 3시간 줄여서 1주일에 이틀만 훈련 받으면 되었다. 즉, 1년차에는 월·수·금 3일간 주당 총9시간이었는데, 2년차가 되면서 화·목요일에 2일간 주당 총6시간만 군사훈련을 받게 되었다. 하루가 줄어져도 조금은 대학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군사훈련도 2년차가 되면서 요령이 붙어 훨씬 일반생활에서 수월하게 된 것이었다. 1972년이 되면서 즐거운 교육대학 생활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1971년도에 아마도 정치적 이유에서인지 ROTC생 모집이 중단되었다가 그해 6월 27일에서야 제도가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1972년에는 ROTC 2년차가 없이 1년차만 있게 되었다.

 ROTC생으로 입단하게 되면 그네들은 현역으로 복무를 하는 사람들이었으므로 학생으로서 학군단에 소속되었고, 아울러 학교에서도 동초動哨나 입초立哨를 서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RNTC하사관후보생으로서는 동초나 입초가 없다. 오히려 우리들은 음악지도를 위해 야간에 오르간Organ을 연습하여야 하겠기에 당시 교육대학에서는 밤에도 10시 반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 바로 음악 연습실이었다. 모두가 주어진 곡에 대한 연습을 외우다시피 피나는 연습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곁에 Y대학교가 있어서 Y대 남학생은 물론이고, ROTC생 1년차들이 내가 다니던 교육대학에 자주 들락거렸다. 2년차 RNTC하사관후보생을 보면 지나가면서도 숙달된 솜씨로 “단결!”이라고 외치면서 경례를 붙여 주는 것이었다.

단결이란 당시 5관구 예하 구령이 모두 단결이었던 모양이었다. 자연히 단결이라는 구호를 붙이면서 경례를 하기 마련이다. 확실히 군사훈련 2년차가 되면서 심지어 ROTC생들까지 경례를 붙여 주니 한편 우쭐하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돈이 궁해서 시내 술집으로 자주는 못 나갔지만 그래도 토요일 오후가 되면 잘 못 먹는 술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으로 모이기를 자주 하였다. 이때 시내에 나가면 꼭 ROTC생들이 골목골목에 다니면서 우리를 발견하고서 곧잘 경례를 하여 주었다. 우리와 데이트 하던 여학생들이 보고 상당히 부러워하는 눈치이었다.

 이때가 참 세월歲月 좋았던 시절이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자기를 존중해 주면 좋아지게 되는 것이 인간이기 마련이다. 인간은 참 간사하다. 작은 일에도 저를 치켜세우면 좋아 하게 되고, 또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카타르시스가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좋은 것은 좋다고 생각하면 좋은 것이 되었다. 󰃁

(푸른 숲/20100-20130703.)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