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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

[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35.RNTC훈병 군대봉급 680원

신작수필

35. RNTC훈병 군대봉급 680원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1971년 8월 4일에 입소하고 퇴소 4일을 앞두고 마침내 국가에서 주는 RNTC훈병에게도 군대봉급이 나왔다. 우리는 이 훈련을 1·2년차 마치고 소정의 시험을 거쳐 합격하면 예비역하사가 되지만 군에서 받는 봉급은 하사이지만 훈련 중에는 한 계급이 낮은 병장에 준하는 봉급 680원이 주어졌다. 일괄적으로 학생대 행정본부에서 명부가 나오고 지장을 찍고 봉급을 지급받았다.

 갑자기 없던 돈에서 국가에서 훈련 받았다고 봉급을 주니 이 또한 훈련에 대한 덤이 아니던가? 정말로 생각하지 않던 돈이 생기니 무엇을 할까? 잠깐의 고민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고민은 좋은 것이다.

 훈련도 막바지에 다가 왔고, PX사용 허가도 되었으며 받은 봉급 680원을 들고서 곧장 PX로 달려갔다. 아직 나는 PX란 곳을 한 번도 들어 가 보지 못했는데 기회를 얻게 되었다.

 같은 구대이며, 자취도 같이 했던 클래스메이트가 내 나이가 많다고 곧잘 이형으로 불러주었다. 군에 와서도 같은 구대원이면서도 꼭 이형으로 대접을 해 주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였다. 듣기는 매우 좋았다.

“이형! 힘들었지! 오늘 군대월급 받았는데 내가 이형 뭐 사줄까?”

“나도 봉급 받았는데 같이 사먹으면 되지 뭐.”

“아니 오늘은 내가 꼭 이형에게 사 드리고 싶어서 그래.”

“그래. 뭐 살까? 나도 이번 입영훈련하면서 기운이 많이 빠져 버렸네.”

“말만 하면 내가 살 테니까.”

“그래. PX나 한번 들어 가 보자.”

 둘은 그동안 자취하다가 군대 훈련을 받아 오면서 기운이 몽땅 빠져 있었지만 오늘까지 아프지 아니하고 잘도 버텨서 훈련 막바지까지 견뎌오고 있었다. 같이 자취하면서 어렵게 생활해 왔는데 학교 동기며 학군단동기요, 군대동기로 정말 고마웠다. 바로 PX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럴 수가 있나? PX 공간에 벌써 너도 나도 들어와서 가득 차 있었다.

“보자! 무엇을 살까?”

“빨리 정해 보라니까.”

“응, 나는 저 백도白桃통조림을 먹어 보았으면…….”

“맞아! 이형이나 나나 지금 기운이 다 빠져 버렸어. 이럴 때는 그저 포도당이 좋지, 백도는 전에도 먹어 보았는데, 달디 달아. 그것이 역시 좋겠지. 역시 이형은 많이 알아!”

 칭찬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말을 잘도 갖다 부치면서 제가 산다고 기어이 나의 봉급에서 손도 못 대게하고 백도 통조림을 두 통 샀다. 면세품으로 당시 백도 통조림 한 통 가격은 PX에서는 70원이었다. 지금의 물가로 치면 비싼 물품이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평소에 사탕, 엿 등으로 단 것을 매우 좋아 하셨다. 나도 덩달아 단 것을 좋아한다. 백도통조림을 선택하게 된 것도 이러한 영향이 많을 것이다.

 백도를 받아 들고 통을 땄다. 하나를 찍어 입에 넣어 보았다. 아니 세상에 우리들 전신이 피곤하고 나른했었는데, 백도 한 조각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천지가 자르르 해 오면서 기운이 불끈 솟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져 온다.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먹어 보아야 안다. 백도통조림이지만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벌써 전신에 힘이 솟구치는 것은 그 동안 무리한 훈련과 피곤함이 누적되었다가 온통 몸에다 설탕의 기운인지 모르겠지만 나른함이 사라지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 자리 즉석에서 백도통조림 한 통을 다 먹었다. 당시는 그렇게 좋은 약의 효과를 본 것이다.

 나중에 퇴소하고 통조림 백도를 사먹어 보았다. 훈련기간 중에 사 먹던 그 백도통조림의 맛이 아니었다.

 훈병 군대봉급 국가 돈 680원을 받아서 PX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부족했던 영양을 보충하기에 바빴었다. 국고 봉급 680원의 사용은 나에게 당시는 바로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귀한 돈이 되었다. 󰃁

(푸른 숲/20100-20130630.)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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