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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84.가이없다

신작 시

84. 가이없다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내 부모 핏덩이 나를 낳아

인간되게 길러 주신 은혜 참 가이없다.

 

아버지 고맙지만, 어머니 열 달 동안

뱃속에 넣고 만삭되어 양분 뺏기면서도

인간으로 출생시킨 은덕 참 가이없다.

 

앉지도 서도 못한 어렸을 때 나,

세살까지 버릇 가르쳐서

인간되어 감에 이 또한 가이없다.

 

젖먹이고, 연한 것으로 죽 먹이고

뜨거울까 호호 불고, 못 먹어도 얼른 받아 다시 입에 넣고

아무렇지도 안한 듯 금새 다시 먹이는 어머니 참 가이없다.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혜 키워 줬더니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부모은혜 알아야 하는데,

작반하장도 유분수지, 어찌 부모 매칠 수 있나? 참 어이없네.

 

21세기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부모 자식간에도 칼부림 나니 세상 참 말세로구나.

세상 사람들아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보라. 어찌 세상 빛을 보았는가?

(푸른 숲/20100.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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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없다 : 끝없다. 한이 없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 부모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가르치는 불교경전으로 한 권의 목판본이다. 조선 명종 17년(1562)에 안동 광흥사에서 여러 경전과 함께 간행되었다. 그림을 곁들인 조선 전기의 판본으로 불경간행의 역사, 국어사 및 판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1. 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 나를 잉태하시고 지켜 주신 은혜恩惠

 

여러 겁을 내려오며 인연이 중하여서

 

어머니의 태를 빌어 금생에 태어날 때

 

날이 가고 달이 져서 오장이 생겨나고

 

일곱 달에 접어드니 육정이 열렸어라.

 

한 몸이 무겁기는 산악과 한가지요,

 

가나오나 서고 앉고 바람결 겁이 나며

 

아름다운 비단 옷도 모두 다 뜻 없으니

 

단장하던 경대에는 먼지만 쌓일러라.

 

2.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 출산의 고통을 감내한 은혜恩惠

 

아기를 몸에 품고 열 달이 다 차서

 

어려운 해산달이 하루하루 다가오니

 

하루하루 오는 아침 중병 든 몸과 같고

 

나날이 깊어가니 정신조차 아득해라.

 

두렵고 떨리는 맘 무엇으로 형용할까?

 

근심은 눈물 되어 가슴속에 가득하니

 

슬픈 생각 가이 없어 치족들을 만날 때면

 

이러다가 죽지 않나 이것만을 걱정하네.

 

3.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 :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恩惠

 

자비하신 어머니가 그대를 낳으신 날

 

오장육부 그 모두를 쪼개고 헤치는 듯

 

몸이나 마음이나 모두가 끊어졌네.

 

짐승 잡은 자리 같이 피는 흘러 널렸어도

 

낳은 아기 씩씩하고 충실하다 말 들으면

 

기쁘고 기쁜 마음 정해지자 슬픈 마음 또

 

닥치니 괴롭고 아픈 것이 온몸에 사무친다.

 

4. 연고토감은(嚥苦土甘恩) : 쓴 것을 삼키고 단것을 뱉는 은혜恩惠

 

중하고도 깊고 깊은 부모님 크신 은혜

 

사랑하고 보살피심 어느 땐들 끊일 손가?

 

단 것이란 다 뱉으니 잡수실 게 무엇이며

 

쓴 것만을 삼키어도 밝은 얼굴 잃지 않네.

 

사랑하심 중하시사 깊은 정이 끝이 없어.

 

은혜는 더욱 깊고 슬픔 또한 더하셔라.

 

어느 때나 어린 아기 잘 먹일 것 생각하니

 

자비하신 어머님은 굶주림도 사양 찮네.

 

5. 회건취습은(廻乾就濕恩) :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恩惠

 

어머니 당신 몸은 젖은 자리 누우시고

 

아기는 받들어서 마른자리 눕히시며,

 

양쪽의 젖으로는 기갈을 채워주고.

 

고운 옷소매로는 찬바람 가려주네.

 

은혜로운 그 마음에 어느 샌들 잠드실까?

 

아기의 재롱으로 기쁨을 다하시며,

 

오르지 어린 아기 편할 것만 생각하고,

 

자비하신 어머니는 단잠도 사양했네.

 

6.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 젖 먹여 길러 주시는 은혜恩惠

 

아버님의 높은 은혜 하늘에 비기오며

 

어머님의 넓은 공덕 땅에다 비할 손가?

 

아버지 품어주고 어머니 젖 주시니

 

아기 비록 눈 없어도 미워할 줄 모르시고

 

손과 발이 불구라도 싫어하지 않으시네.

 

배 가르고 피를 나눠 친히 낳은 자식이라

 

종일토록 아끼시고 사랑하심 한이 없네.

 

 

7.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 손발이 다 닳도록 씻어 주시는 은혜恩惠

 

생각하니 그 옛날의 아름답던 그 얼굴과

 

아리따운 그 모습이 풍만도 하셨어라.

 

갈라진 두 눈썹은 버들잎 같으시고

 

두 뺨의 붉은빛은 연꽃보다 더 했어라.

 

은혜가 깊을수록 그 모습이 여위었고

 

기저귀 빠시느라 손발이 거칠었네.

 

오로지 아들딸만 사랑하고 거두시다,

 

자비하신 어머니는 얼굴 모양 바뀌셨네.

 

8.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 : 먼 길 떠날 때 걱정 하시는 은혜恩惠

 

죽어서 헤어짐도 참아가기 어렵지만,

 

살아서 헤어짐은 아프고 서러워라.

 

자식이 집을 나가 먼 길을 떠나가니,

 

어머니 모든 마음 타향 밖에 나가 있네.

 

밤낮으로 그 마음은 아이들을 따라가고,

 

흐르는 눈물줄기 천 줄기 만 줄기가

 

원숭이 달을 보고 새끼 생각 울부짖듯

 

염려하는 생각으로 간장이 다 끊기네.

 

9. 위호악업은(爲浩惡業恩) : 자식을 위해 나쁜 일까지 서슴지 않는 은혜恩惠

 

부모님의 은혜가 강산같이 중하거니

 

깊고 깊은 그 은덕은 실로 갚기 어려워라.

 

자식의 괴로움은 대신 받기 원하시고

 

자식이 고생하면 부모마음 편치 않네.

 

자식이 머나먼 길 떠난다 들을 지면

 

잘 있는가? 춥잖은가? 밤낮으로 걱정하고

 

자식들이 잠시 동안 괴로운 일 당할 때면

 

어머님의 그 마음은 오래두고 아프셔라.

 

10. 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 :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은혜恩惠

 

부모님의 크신 은덕 깊고도 중 하여라.

 

크신 사랑 잠시라도 끊일 사이 없으시니.

 

앉으나 일어서나 그 마음이 따라가고,

 

멀든지 가깝든지 크신 뜻은 함께 있네.

 

어버이 나이 높아 일백 살이 되었어도

 

여든 된 아들딸을 쉼 없이 걱정 하네.

 

이와 같은 크신 사랑 어느 때에 끊이실까

 

수명이나 다 하시면 그때에나 쉬실까?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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