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
16. 마을문고를 아시나요?
이영백
초교시절 우연찮게 시민운동이 많다. 그 예로 농촌에서는 4H활동과 마을문고운동이다. 초교 동기가 마을에 셋 있지만 둘은 책과는 거리가 멀다. 5학년 때인 1961년 울주군 웅천면 엄대섭이 사재를 털어 마을문고진흥회를 조직하고 당시 문교부 후원으로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 효시다.
동네 동사에는 마을문고 함을 받아 운영한다. 활성화 되지 못한다. 그것은 문맹률이 높았기 때문이고, 책 귀한 줄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마을문고를 자주 찾아갔다. 성인용 소설과 아동용소설이 더러 보였다.
난 독서에 빠져서 「정글북」, 「생일 없는 소년」(金成弼), 「황금박쥐」(김래성), 「검은 별」, 「대도 루팡」(모리스 루불랑) 등을 빌려 밤새 읽어댔다. 그때부터 독서의욕에 불 붙었다. 생일 없는 소년은 한국무대로 6ㆍ25전쟁에 어린 주인공의 세상 고생을 다하는 이야기다. 타잔이 나오는 정글북도 읽었다. 황금박쥐, 검은 별, 대도 루팡은 탐정소설이다.
마을문고에서 책 빌려 읽으니 자연히 넷째형도 책 빌려 오란다. 기억에 남는 책이름은 방인근의 「자유부인」, 「벌레 먹은 장미」 등이다. 그러나 책을 빌려다 놓아도 잘 읽지 않아서 덤으로 그 연애소설을 내가 읽게 되었다. 한 번은 학교 다녀오는데 소설책을 찢어 담배 말아 피워서 깜짝 놀랐다. 다음부터 성인소설 책은 빌려 오지 아니하였다.
소년과학 잡지뿐만 아니라 「학원」, 「농원」, 「새 농민」 등 잡지를 탐독하였다. 학원은 중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하이틴을 위한 책이 귀할 때다. 농원 잡지에서 농사짓는 기술도 있지만, 특히 역사소설이 재미났다. 새 농민 잡지에서는 농촌문학을 장려한 소설이 있었다.
처음에는 마을문고가 활발하여 밤에 책읽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낮에 일하고, 밤에 책읽기를 싫어하였다. 그 후 마을문고 운영은 흐지부지되고 새로운 책 확보도 되지 못하니 아무도 찾지 아니하였다.
마을문고 취지는 좋았으나 지속적 새 책 구입과 독서지도를 받지 못하니 저절로 그 맥이 끊어지고, 모아 둔 책들이 시나브로 한 권씩 사라졌다. 반납되지 못하니 덩그렇게 마을문고 빈 책장만 남았다.
문맹자교육을 개설하여 서른 여명이 참가하였다. 잘 나오질 아니하여 문을 닫았다. 마을문고 운동은 독서광을 만들 기회였는데 그렇게 놓쳤다.
(202110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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